잡스-베이조스에 영감 준 ‘혁신가들의 구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 별세
새 시장 창출 ‘파괴적 혁신’ 첫 제시
임종직전 본보 ‘한국 미래’ 글 쓰기도… 1970년대 부산-춘천서 선교사 활동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2018년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당시 기조연설을 맡아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강조했다. 1971년부터 3년간 한국에서 선교사 생활을 한 그는 평생 한국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오른쪽 사진 뒷줄 오른쪽) 동아일보DB·크리스텐슨 교수 제공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2018년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당시 기조연설을 맡아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강조했다. 1971년부터 3년간 한국에서 선교사 생활을 한 그는 평생 한국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오른쪽 사진 뒷줄 오른쪽) 동아일보DB·크리스텐슨 교수 제공
‘한국의 어떤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더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으로 ‘혁신가들의 구루(스승)’로 불린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23일(현지 시간) 항암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그는 임종 일주일 전 동아일보에 보낸 기고문에서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언했다. 병마 탓에 직접 컴퓨터 자판을 칠 힘이 없어 그의 아내가 남편의 구술을 받아 적었다.

기고문에서 크리스텐슨 교수는 “197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했던 시절을 즐겁게 회상하곤 한다”며 미래 한국을 위한 5가지 화두를 던졌다. 먼저 그는 한국이 ‘파괴적 혁신’을 통해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언급하며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기업들이 새 시장을 창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과거 한국의 혁신 기업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해온 것처럼 한국은 이런 도전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한국인들은 50년 전 기억하는 그대로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이들이 예전만큼 행복한지는 의문”이라며 “혁신을 선도하며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 번영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인가”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이 국내외 새로운 주체들로부터 생겨나는 파괴적 혁신에도 무너지지 않는 경제를 어떻게 일굴 것인가 △새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어떻게 구분해내고 우선 발전시킬 것인가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루면서, 동시에 파괴적 혁신을 우선시하는 경제발전을 어떤 식으로 이뤄낼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고인은 1995년 발표한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과 1997년 내놓은 ‘혁신가의 딜레마’라는 저술을 통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구창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였다. 1952년 4월 6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나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몰몬교)의 신자로 미국 브리검영대를 졸업했다. 1971∼1973년 선교사로 춘천, 부산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4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꾸준히 육성하는 국가가 경쟁력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암에 걸린 뒤에는 자신의 이론을 인생에 투영하려는 노력을 했다. 2012년 ‘당신의 삶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라는 공저를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이 책에서 “신이 내 인생을 평가하는 지표는 ‘달러’가 아니라 내가 접촉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개인적 명성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도운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라”고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크리스텐슨#파괴적 혁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