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우한폐렴 변수에… 민간소비와 성장률 회복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7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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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급증하고 전세계적으로 확산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경제의 불안 심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연휴 마지막날인 27일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연초부터 예기치 못한 큰 변수에 경기 회복이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아시아 주요국 중 유일하게 개장한 일본 증시는 전 거래일보다 2.03%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일본 언론은 우한 폐렴의 확산 여파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 역시 21~24일 나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는 떨어졌다.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27일 런던 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3월 선물 가격은 배럴당 60달러 밑을 맴돌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과 엔화 가치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날 연휴를 마치고 28일 개장을 앞둔 국내 금융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사태의 여파는 아직 금융시장에 집중되고 있지만, 감염 공포가 계속 확산될 경우 국내 실물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여행과 음식·숙박업 등이 당장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사태가 장기화하며 외출이나 모임 등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게 되면 내수 전반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2003년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추정에 따르면 사스는 연간 경제성장률을 거의 0.25%포인트 하락시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그는 “아직 실물경제 영향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효과를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확산 방지를 위해 신속한 예산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한은 본관에서 금융경제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국제금융시장이 우한 폐렴 확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28일 홍 부총리 주재로 다시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방역 예산지원과 경제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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