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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그림은 문자없던 시대 인류사를 풀어주는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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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그림은 문자없던 시대 인류사를 풀어주는 열쇠입니다”

조종엽 기자 입력 2020-01-24 03:00수정 2020-01-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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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中전역 바위그림 조사한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12개성 유적지 30곳 발품 연구… 남방의 선각무늬 패턴 등 규명
“선사시대에는 그림이 곧 문자… 10m 높이 바위에 독창적 형상 가득
시탕지역 그림 앞에서 희열 몰려와”
바위그림 조사차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바르콜(중국명 바리쿤)을 지난해 방문한 장석호 연구위원. 장석호 연구위원 제공
지난해 7월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59)은 중국 칭하이(靑海)성 더링하(德令哈)현 소재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네댓 시간쯤 달려 한 마을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지도에도 없는 곳. 바위그림 유적의 위치를 안다는 사람을 수소문해 차를 타고 몽골족의 여름 방목지를 찾아간 뒤 다시 계곡을 따라 수km를 걸어 들어갔다. 도중에 말, 산양, 사슴이 신화적인 모습으로 변형된 그림 등 수십 개가 그려진 바위가 풀꽃과 함께 눈에 들어왔다.

“기대도 안 한 발견이었어요. 기원전 그림부터 100년이 안 넘는 것까지 섞여 있는 겁니다. 요즘도 이곳 사람들이 제사를 지낼 때 은밀하게 바위에 그림을 그리거든요.”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지난해 중국 칭하이성의 고원분지 회이토우타라에서 조사한 바위그림. 각종 동물이나 사람 모양과 함께 바위 중앙에 변형된 태극 문양이 보인다. 아래 사진은 네이멍구 자치구 줘쯔산(卓子山)에 있는 태양신 바위그림. 장석호 연구위원 제공
장 연구위원은 2018년 11월부터 1년 동안 중국 베이징대에 파견돼 중국 전역의 바위그림을 조사했다. 남쪽 윈난성부터 북쪽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까지 12개 성에 있는 바위그림 유적지 30곳을 찾아다녔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재단 연구실에서 만난 장 연구위원은 조사 때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바위 중앙에 소용돌이치는 태극이 그려져 있었다.


“‘스바스티카(svastika·좌우가 뒤집힌 卍 문양)’의 변형이지요. 순환과 불멸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몽골의 산양 그림은 둥글어지다가 해의 모습을 닮습니다. 산양이 하늘이 내려준 빛의 상징인 거예요. 그게 다시 태극으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태극은 원류가 중원이 아니라 북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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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어서야 도착한 원래 목적지는 몽골어로 회이토우타라(懷斗他拉)였다. 해발 3000m가 넘는 곳에 있는 분지다. “동물들의 놀이터더군요.” 북방민족의 바위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류사에서 문자 시대는 불과 5000여 년. 장 연구위원은 문자가 없던 시기 사람들이 남긴 이미지를 통해 선사시대 인류사를 추적한다.

그가 저장(浙江)성의 시탕(西塘)에서 촬영한 바위그림 사진을 보여줬다. 높이가 10m가량 되는 바위에 세로로 점선이 파여 있었다. 처음에는 장 연구위원도 그저 돌을 쪼개려던 흔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뱀 모양 끝의 여성 성기 같은 기호, 꽃이나 윷판 같은 무늬, 집, 별 모양을 비롯한 다양한 형상이 점선과 결합돼 있었다.

“점선은 아래와 위를 연결하는 사다리로 보여요. 은하수나 천체가 있는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무지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북서쪽에 자리한 카렐리야공화국, 러시아 예니세이강 유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자신이 답사한 유라시아 대륙 곳곳을 열거하다가 “어디에서도 이처럼 독창적인 바위그림은 못 봤다”며 “엄청난 희열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그는 광둥(廣東)성을 비롯한 중국 남방의 그림은 배와 물고기, 패턴화된 선각무늬가 특이한 양식을 이루며 중원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비롯해 여러 성과를 냈다고 했다.

“울산 천전리 암각화도 원래 서석(書石)이라고 했지요. 바위그림은 문자가 없던 시절의 글자였습니다. 현실과 비현실계를 잇는 메신저 역할을 했던 바위그림이 지금은 과거와 우리를 이어주고 있는 겁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바위그림#동북아역사재단#장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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