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 2.0% ‘턱걸이’…10년만에 최악의 성적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2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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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들어 수출 감소율이 7개월 만에 한 자릿수 대로 진입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적재된 컨테이너 © 뉴스1
지난해 12월 들어 수출 감소율이 7개월 만에 한 자릿수 대로 진입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적재된 컨테이너 © 뉴스1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에 턱걸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수출이 부진하고 투자와 소비 등 민간 분야가 활력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풀어 성장률 추락을 간신히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2.0%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18년(2.7%)보다 부진한 결과이자 2009년(0.8%) 이후 가장 낮다. 당초 민간 기관들은 1%대 성장률을 예상했지만, 4분기(10~12월)에 전 분기 대비 1.2% 성장하며 가까스로 2%를 지켰다.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뜻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GDI가 감소한 것은 195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네 번째로, 경제위기가 아닌 상황에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이끈 건 민간이 아닌 정부였다. 연간 경제성장률에서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1.5%포인트를 차지했다. 민간 부문은 0.5%포인트에 그쳤다. 지난해 경제성장의 4분의 3이 정부에 의해 이뤄졌다는 뜻이다.

특히 4분기 ‘깜짝 성장’은 대규모 재정 집행을 통해 가능했다. 추가경정예산이 본격 투입되고 남은 예산 사용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1.2% 중 1.0%포인트를 차지했다. 3분기 6.0% 감소했던 건설투자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지출에 힘입어 4분기 6.3% 증가로 반전했다.

반면 민간 부문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4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1%로 역성장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연간 기준으로 각각 ―3.3%, ―8.1%로 뒷걸음질쳤고 민간 소비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불안한 ‘재정 주도 성장’에도 정부는 “반등의 발판을 만들었다”, “차선의 선방”이라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9개 분기 만에 가장 높았고 민간 부문도 2개 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간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정 투입으로 성장률을 견인하는 방식이 계속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을 3.4%에서 3.3%로 낮추며 무역전쟁 우려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약 3만2000달러로 추정했다. 원화 기준으론 늘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2018년 3만3434달러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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