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북극 vs 물폭탄 아프리카…극지방 산불이 지구에 치명적인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6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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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5개월째 대형 산불로 피해가 상당한 호주 외에도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는 유례없는 폭우와 산사태를 겪었다. 브라질 아마존, 러시아 시베리아,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극지방은 매 해 최고 기온을 갱신하고 있고 해수(海水) 온도 상승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북극과 가까운 시베리아에서는 한 달간 산불이 계속됐다. 한국 면적의 4분의 1인 약 600만 에이커가 소실됐다. 위성사진으로도 산불이 내뿜는 연기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시 시베리아는 30도가 넘는 이상 고온을 기록했다.

역시 북극과 가까운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 케나이 반도에서 발생한 불이 서울 면적의 산림을 태웠다. 알래스카 역시 이상 고온을 겪고 있다. 지난해 평균 기온이 섭씨 0.1도를 기록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알래스카 최대 도시 앵커리지에서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기온이 32.2도까지 치솟았다. 북극권에 속하는 스웨덴도 2018년 7월 260년 만에 가장 높은 평균 기온 22.4도를 기록했다. 이 달에 2주 동안 스웨덴 중부에서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번졌다. 주변 산소를 흡수하는 폭탄을 떨어트리고 나서야 불이 진압됐다.

극지방 산불이 지구에 치명적인 이유는 이 지역 숲 바닥을 덮고 있는 이탄(泥炭) 때문이다. 이탄은 부패 되지 않은 식물 유해가 진흙과 섞인 토양이다. 일반 토양보다 탄소 저장량이 10배 이상 높다. 때문에 불에 타면 이산화탄소를 훨씬 더 많이 방출한다.

아프리카는 물폭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소말리아에서 폭우로 이재민이 27만 명 발생했다. 남수단에서는 42만 명, 에티오피아에서는 2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수백 명이 숨졌다. 동아프리카 연안 인도양의 수온이 예년보다 훨씬 높아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리카의 이상 기후 원인은 소위 ‘인도양 쌍극화 쌍극화(Indian Ocean Dipole·IOD)’라는 분석이 나온다. 온난화 등으로 서부 인도양의 표면 수온이 동부 인도양보다 훨씬 높은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인도양 동서부 수온 차가 최근 6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것이 인도양 동부인 동아프리카에 비구름과 살인적 폭우를 몰고 왔다는 의미다.

지구 지표면의 75%를 차지하는 바다는 기후변화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최근 수십 년간 해수면 온도 상승이 워낙 가팔라 원자폭탄 투하 때와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CNN에 따르면 14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13일 “지난 25년간 세계 해양이 흡수한 열 에너지량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36억 개 떨어트린 것과 같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1초에 약 4개의 원자폭탄을 떨어뜨리는 수준의 해수면 온도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런데도 세계 각국은 온난화 대책에 소극적이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브라질 화재의 원인은 무작정 산림을 파괴한 채 경작지를 더 늘리려는 주민들과 이를 방치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정책이 결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 벌채는 2013년부터 뚜렷한 증가세다. 특히 지난해 1월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각종 규제를 철폐하며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동남아시아 각국에서도 무분별한 경작화가 심각하다. 인간의 탐욕이 재앙을 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3월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도 이런 움직임을 부채질을 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 발발 후 가축 사료로 쓰던 미국 대두 수입을 줄이고 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서의 수입을 늘렸다. 이로 인해 브라질 농산물 수출업자들은 더 많은 밀림을 파괴해 농경지를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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