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양가 상한제·소주성 낙제점, 시장 무시 정책은 필패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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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2019 대한민국 정책 평가’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5점 만점에 2.55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이와 함께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남북 대화 제도화 및 북 비핵화 촉진, 남북 경제 활로 개척이 최하위 평가 정책에 올랐다. 정부의 대표 정책을 4개 분야, 40가지로 추려 일반인과 전문가 22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최고점을 받은 정책은 WTO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 대응 등 대일(對日) 정책과 의료비 부담 경감, 기초생활 보장 등 사회복지 정책들이다.

정부가 대표로 내세우는 정책들이 줄줄이 낙제점을 받은 것은 정책이 잘못됐거나 방향은 맞더라도 현실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한다며 2년 반 동안 십수 차례 규제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 값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이 올랐다.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달 시행 직후 신규 주택 부족을 우려한 수요자가 몰려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기존 아파트 오름폭이 더 커졌다.

소득주도성장과 근로시간 단축 역시 취지는 좋으나 현실을 무시한 경직된 적용으로 부작용을 낳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어렵게 만들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였고, 주 52시간제 도입은 사업자의 비용을 늘리고 근로자의 임금을 감소시켰다. 정부는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을 최대 1년 반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근로시간과 형태를 좀 더 유연하게 할 보완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높은 점수를 받았던 남북관계 관련 정책도 북-미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음에 따라 평가가 나빠졌다. 남북미 3국은 지난 2년간 정상회담 이벤트를 벌였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9일 반환점을 돌아 정권 후반기에 들어섰다. 이제는 성과가 나쁜 것을 외부 탓, 여건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그동안의 정책 전반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주변 정세와 시장의 힘을 잘 활용한 정책들로 민생을 안정되고 윤택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소득주도성장#근로시간 단축#북미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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