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물고 뜯고 자르고… 쫀득쫀득 촉촉한 식감, 한겨울 족발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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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대한각의 ‘원족’. 이윤화 씨 제공
서울 마포구 대한각의 ‘원족’.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서먹서먹한 관계의 사람끼리 식당에 갔을 때, 뼈째로 나온 음식은 처음에는 품위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뼈에 붙은 고기를 뜯고 자르며 열심히 먹다 보면 서로 치아를 다 보이면서 웃을 수 있는 흉금 없는 사이가 되곤 한다. 이런 열정 호감 음식으로 족발만 한 게 없다. 다리뼈를 애벌로 삶아 낸 뒤 윤기가 흐르고 간이 잘 배게 육수에 간장과 계피 등 족발집만의 노하우가 담긴 식재료를 넣어 다시 삶는다. 그러고는 접시 바닥에 허벅지 통뼈를 두툼한 목침처럼 깐 뒤 껍질째 자른 살랑살랑한 고기 슬라이스를 가지런히 놓는다. 한 입 크기로 썰어낸 우리 족발은 무척 고객 친화적이다.

한국 외에도 족발을 먹는 나라가 꽤 있다. 청나라 시대 원매라는 시인이 쓴 요리책 ‘수원식단(隨園食單)’의 음식을 재현하고 있는 신계숙 요리연구가가 만든 족발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튼실한 족을 찬물에 넣어 석양의 노을빛이 비추듯 약간의 붉은 기가 나올 정도까지만 핏물을 빼 삶은 뒤 재차 튀겨낸 족발은 고소한 갑옷을 걸친 군더더기 없는 모양새였다. 대륙의 족발은 구워서 색을 내거나 물엿을 바르거나 노추간장(단맛과 향이 강한 중식 조미료)을 이용해 튀기는 등 아주 다양하다. 요즘 국내에서는 팔각, 화자오 등 이미 익숙한 중국 향신료 향미가 깃든 오향족발이나 마라족발이 다국적의 독특한 콜라보로 재탄생되곤 한다.

체코 프라하를 여행하면서 먹었던 족발도 생각난다. 콜레노! 커다란 족발을 튀긴 뒤 오븐에 구운 요리다. 나오는 모양새도 강렬하다. 큰 족발 한가운데 도도하게 칼이 꽂혀 있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일명 ‘겉바속촉’. 함께 나오는 절인 양배추와 맥주만 있으면 멋진 안주가 된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먹는 이를 매혹시키는 족발은 뼈에 붙은 살맛뿐 아니라 개성 있는 껍질과 윤기 나는 빛깔, 쫀득한 식감을 고루 갖추었을 때라고 볼 수 있다.

‘대한각’은 한의사 출신 대표가 직접 키운 채소로 건강하게 중국요리를 만들고 있다. 이 집의 ‘원족’은 이름만큼 강렬한 족발이다. 삶아서 익히고 튀긴 족발 위에 부은 걸쭉한 진갈색의 소스는 동파육을 연상시킨다. 대만의 명절 가정음식이다.

‘1842’는 체코 맥주 필스너 우르켈이 생겨난 해를 상호로 정했다. 당연히 필스너 우르켈 맥주가 기본이고 체코 족발 콜레노가 대표 음식이다. ‘겉바속촉’ 족발로 손색이 없다. 술 마시다 보면 프라하에 온 듯한 기분이 된다. ‘리북집’은 윤기 촉촉하고 지나치게 야들야들하며 찰진 맛의 족발이다. 광장 같은 식당은 이른 새벽까지 영업하니 야식꾼들이 즐겨 찾는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대한각=서울 마포구 월드컵로3길 14. 원족 3만8000원
○ 1842=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44. 콜레노 5만3000원
○ 리북집=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 45. 족발(앞발) 3만5000원
#족발#대한각#1842#리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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