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스토리에 맛깔난 먹거리가 토핑처럼…지친 일상 달래주는 ‘먹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0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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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밥 먹고 갈래요?’
웹툰 ‘밥 먹고 갈래요?’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기 싫다. 그래도 맛집에는 가고 싶고, 정신적 만족감 필요하고, 연애도 하고 싶다. 과한 욕심일까. 그런데 이 모두를 손가락만 움직여 간접 체험할 수 있다면?

‘먹툰(음식, 먹거리가 주요 테마인 웹툰)’이 포털 사이트 내 요일별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먹툰은 주로 청년층의 이별, 불안, 취업난 등 공감 가능한 줄거리 위에 먹거리를 토핑처럼 얹은 장르다. 주 독자인 2030은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유행하던 무차별적 먹방 대신 먹툰에서 소소한 만족감과 위로를 얻으며 ‘푸드 로맨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실감나는 작화법도 독자의 식욕을 자극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웹툰 ‘백수세끼’
웹툰 ‘백수세끼’

치즈 작가의 네이버웹툰 ‘백수세끼’는 제목처럼 백수인 주인공이 먹는 일상 음식을 그렸다. “이별 뒤에도 밥은 넘어간다”는 작가의 설명처럼 주인공은 이별,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음식으로 큰 위로를 얻는 인물이다.

아르몽 작가의 ‘정순애 식당’은 따뜻한 집밥을 내어주는 힐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업무, 일상의 스트레스에 이별까지 겪어 맛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 정순애 식당에서 계속 밥을 먹으며 입맛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웹툰  ‘정순애 식당’
웹툰 ‘정순애 식당’

이 밖에도 네이버웹툰 ‘밥 먹고 갈래요?’는 주말 힐링용 먹툰을 표방했다. ‘공복의 저녁식사’는 여고생인 주인공을 내세워 달콤한 군것질에 대한 독자들의 갈증을 대리 해소하는 작품으로 인기가 높다. 먹툰의 원조로 꼽히는 조경규 작가의 다음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은 먹방이 유행하기 전인 2010년부터 맛깔 나는 먹거리를 웹툰에 녹여냈다. 음식 레시피와 전 세계의 맛집 정보까지 더해져 현대판 ‘식객’으로 불리기도 했다.

먹툰의 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음식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거나 음식을 통해 줄거리를 추론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족발은 저렇게 먹으면 안 된다”, “주인공이 치킨다리를 양보했으니 착한 캐릭터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이별한 연인과 먹은 음식이 떠오른다. 당시 감성을 잘 표현했다”며 메뉴에 얽힌 각자의 추억도 털어놓는다.

먹툰 독자들의 궁금증 하나. 콘티를 짤 때 작가들은 음식과 이야기 중 어느 것을 먼저 구상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가마다 다르다. 치즈 작가는 “음식을 먼저 생각하고 완결까지 큰 스토리와 메뉴를 정해 놓았다. 다만 작품이 연재되는 계절이나 기획방향과 너무 맞지 않는 음식은 지양한다”고 했다. 아르몽 작가는 “이야기를 먼저 구상한 뒤 해당 회차에 잘 어울리리는 음식을 정한다. 음식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마트에서 장을 보며 메뉴를 생각한다”고 했다.

웹툰 ‘공복의 저녁식사’
웹툰 ‘공복의 저녁식사’
독자들의 궁금증 둘. 실감나는 음식 그림은 어떻게 표현할까. 치즈 작가는 “사진 속 음식 색을 그대로 쓰면 그림이 탁해지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그 위에 선을 따서 새롭게 색을 칠한다. 음식의 질감, 색감 표현이 먹툰의 핵심”이라고 했다. 아르몽 작가는 “색감이 먹음직스럽게 잘 드러난 사진이나 ‘삼시세끼’ ‘수미네 반찬’ 등 먹방을 즐겨 보며 참고한다”고 했다. 세심한 음식 작화 덕분에 ‘다이어트 중 먹툰 구독 금지’라는 불문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댓글에는 “와, 결국 이거 보고 치킨 시켰다”는 팬들의 자기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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