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성장 촉진하는 항생제 오남용 금지”… 188개국 식품-보건 대표 평창에 모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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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안전기준 만드는 '코덱스'… 어제 강원서 특별위원회 개막
항생제 내성 해결 방안 모색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9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9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인류에게 닥친 난제다. 한국의 인체 항생제 처방량은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31.7DDD였던 한국의 인체 항생제 처방량은 2017년 26.5DDD로 낮아지긴 했다. 하지만 OECD 평균 18.3DDD를 훌쩍 넘는 것으로 31개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오남용은 특정 항생제에 저항력이 있어 항생제 효과를 무력화하는 항생제 내성균(耐性菌)을 만들어낸다. 특히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확산된다면 치명적이다. 항생제 내성이 걷잡을 수 없어진다면 2050년 3초당 1명꼴로 숨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 때문에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인류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9일 ‘제7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를 국내에서 개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88개국, 219개 국제기구가 가입된 유엔 산하 정부간 기구인 코덱스는 식품 안전과 교역 관련 국제기준을 마련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항생제 내성 관련 이해관계자 범위를 농축수산물 등 식품 공급망 전 과정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가축 성장을 촉진하는 목적의 항생제 사용 금지 방안을 주로 다룬다. 188개 회원국 대표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동물보건기구(OIE)를 비롯한 국제기구 대표 약 230명이 머리를 맞댄다.

WHO는 2015년 세계 각국이 즉각 공동 행동하지 않으면 인류는 항생제 내성으로 위기에 직면할 것을 경고하기 위해 항생제 내성 국제실행계획을 결의했다. 코덱스는 2016년 식품에서 유래하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국제규범을 강화하기 위해 항생제내성특별위를 설립했다. 한국은 내년까지 코덱스 의장국을 맡는다.

이번 회의 목표는 ‘인체와 비인체(동물 식품) 분야의 통합적인 항생제 내성 해소’다. 항생제 내성 최소화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실행규범 개정안(농장에서 식탁까지 이해당사자 준수사항)과 항생제 내성 통합감시 가이드라인 제정안(정부 차원의 항생제 사용 및 내성 통합감시 방법) 등을 집중 논의한다.

가축 성장촉진 목적의 항생제 사용 금지 규정, 이해관계자 범위를 축산물에서 농수산물 및 생산 유통 소비로 확대하는 것, 이렇게 마련한 국제규범이 무역장벽으로 오용될 가능성 해소 방안 등이 주요 쟁점이다.

한국 정부는 ‘범부처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2016∼2020년)’에 따라 인체 분야와 소 돼지 닭 반려동물 등 비인체 분야의 항생제 오남용 통합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비인체 분야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 배합사료에 항생제 첨가를 금지했고 수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하도록 했으며 처방 대상 항생제도 늘렸다. 그 결과 사육하는 가축은 늘었음에도 축수산용 항생제 판매는 지난해 961t으로 2007년보다 37% 감소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이날 “인류 생명과 직결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규범과 글로벌 공조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모범적인 자세로 인프라와 역량이 부족한 국가들을 충분히 지원해 이끌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FAO, WHO와 함께하는 코덱스 항생제내성특위는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13일까지 계속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항생제#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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