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이 말 안들어” 시속 30km에도 살얼음길 아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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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위 암살자’ 블랙아이스 체험
곡선코스서 미끄러져 180도 돌아… 뒤따라 오는 차량 있다면 대형사고
눈에 안띄는 아스팔트위 살얼음… 사고시 치사율 일반사고보다 높아
눈비온뒤 기온 0도 아래 떨어지면… 위험도로 정보 등 꼼꼼히 챙겨야

5일 경북 상주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본보 구특교 기자가 빙판길 운전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이 코스는 특수 제작된 대리석 재질의 노면에 물을 뿌려 실제 빙판길과 흡사한 상태로 만들어졌다. 상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5일 경북 상주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본보 구특교 기자가 빙판길 운전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이 코스는 특수 제작된 대리석 재질의 노면에 물을 뿌려 실제 빙판길과 흡사한 상태로 만들어졌다. 상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 어, 갑자기 핸들이 말을 안 들어요.”

5일 오전 경북 상주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본보 구특교 기자(29)가 이곳에서 아반떼 승용차의 운전대를 잡고 빙판길 운전을 체험했다. 체험운전은 특수 제작된 대리석 재질의 노면에 물을 뿌려 빙판길과 흡사한 환경을 만들어 놓은 도로에서 진행됐다. 시속 30km의 속도로 곡선 코스에 진입한 기자는 자연스럽게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다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리려 했다. 하지만 핸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차량은 왼쪽 방향으로 쭉 미끄러지며 180도를 돌아버린 다음에야 가까스로 멈춰 섰다. 다른 차량이 뒤따랐거나 주변에 보행자가 있었다면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

핸들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선 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똑바로 가던 차량이 빙판길에 오르자마자 바퀴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안간힘을 쓰며 핸들을 붙들어 봤지만 차량은 주행 도로 밖으로 벗어나 버렸다. 차량이 빙판길에 올라선 지 10초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30여 분간의 체험을 마친 기자는 체험 전에 보였던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기자는 육군 운전병 출신이어서 운전에는 웬만큼 자신이 있었다. 기자 옆 조수석에 탔던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국명훈 교육팀장은 “실제 빙판길에서는 체험운전을 할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빙판길(포장도로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는 사고 100건당 3.2명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9명보다 많았다. 이날 기자는 시속 40km 주행속도로 각각 마른 노면, 빙판길 상황과 흡사한 노면에서 체험운전을 했다. 마른 노면에서의 제동거리는 약 8m였다. 이에 비해 빙판길 노면에서의 제동거리는 약 26m로 마른 노면의 3배 이상이었다. 4일 경기 화성시 장안대교 인근에서는 직선 차로를 달리던 1t 트럭이 빙판길에서 갑자기 미끄러지며 차량 10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빙판길 중에서도 특히 ‘블랙아이스’ 상태의 도로는 더 위험하다. ‘도로 위 암살자’로도 불리는 블랙아이스는 도로에 스며든 눈비가 기온이 떨어지면서 살얼음처럼 바뀌어 도로 위를 얇게 덮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아스팔트에 얇게 깔린 투명한 블랙아이스는 운전자들의 눈으로는 식별하기가 어려워 방어운전을 어렵게 만든다. 국 팀장은 “블랙아이스 노면은 육안으로 볼 때 마른 노면과 별 차이가 없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등 빙판길 사고를 예방하려면 운행 전 기상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운행 전날 비가 내린 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블랙아이스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도로교통공단이 취합한 전국 빙판길 교통사고 다발지역 136곳과 제설 취약지역 1288곳을 내비게이션(티맵, 카카오내비, 맵피)을 통해 12월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국 팀장은 “지열(地熱)이 닿지 않는 다리 위 도로에서는 결빙이 더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반드시 서행운전을 해야 한다”며 “차량 타이어의 마모도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주=구특교 kootg@donga.com / 서형석 기자
#블랙아이스#살얼음길#곡선코스#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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