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개국 아시아인 게놈 베일 벗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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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젠-분당서울대병원, 유전체 분석결과 발표

생명체는 수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다. 세포핵의 염색체에는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DNA가 들어있다. 사람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로 구성된다. 이들 염기의 배열순서에 따라 생명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유전체(게놈)는 DNA에 포함된 30억 개 염기의 배열순서(염기서열) 전체를 밝힌 것이다.

사람마다 유전체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과학자들은 특정 인종이나 국가, 민족을 대상으로 표준 유전체 지도를 구축하고 있다. 표준 유전체 지도를 만들면 특정 질병이 있는 환자의 유전체와 비교해 염기서열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낼 수 있다. 염기서열이 달라져 변이가 생긴 단백질을 밝혀내 질병의 원인이나 약물 효능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로 2003년 인간 표준 게놈 지도를 만든 이유다.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이른바 ‘정밀의학’도 유전체 분석이 밑바탕이다.

그러나 처음 만들어진 인간 표준 게놈 지도는 주로 백인의 유전체를 분석한 것이어서 인종별 특징을 담지 못했다. 전 세계 인구 77억 명 중 58%인 45억 명에 달하는 아시아인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인종별, 민족별로 나타나는 유전체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밀의학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과 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국제 컨소시엄 ‘게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를 통해 진행한 아시아인 유전체 분석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4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아시아인에게 발생하는 질병 원인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게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는 비영리 국제 컨소시엄으로, 2016년 아시아인 10만 명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로 출범했다. 마크로젠과 분당서울대병원,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인도 유전체 분석기업 메드지놈, 미국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테크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를 포함한 총 64개국 219개 종족(아시아 142개 종족)의 샘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공개된 아시아인 유전체 데이터 중에서 가장 많은 지역과 종족을 포함한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인 152명을 비롯해 인도에서 598명, 말레이시아 156명, 인도네시아 68명, 필리핀 52명, 일본 35명, 러시아 32명 등 총 1739명의 유전체가 분석됐다.

분석 결과 아시아에 거주하는 약 142개 종족은 기존 연구에서 밝혀진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유전적 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인들 사이에서도 민족별로 주요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 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항응고제 ‘와파린’은 특정 유전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 알레르기 등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 와파린의 경우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몽골인 같은 북아시아 조상을 가진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마크로젠#분당서울대병원#와파린#유전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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