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色, 내 삶을 바꾸는 확실한 마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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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힘/캐런 할러 지음·안진이 옮김/284쪽·1만4800원·윌북

눈앞으로 검은색 벌레 한 마리가 휙 날아간다. 대개 그냥 날벌레쯤으로 여기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벌레 몸통에 검은색과 노란색이 뒤섞여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면? 아마도 순간적으로 본능적 위험을 감지하고, 자리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연에서 ‘위험’을 뜻하는 노랑과 검정의 배합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노랑 검정의 배합은 주의를 요하는 도로 표지판에도 활용된다.

저자는 응용색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20여 년간 색과 삶의 관계를 파헤쳐 왔다. 그는 일상에서 색을 활용해 심리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색채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색이야말로 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다. 색은 상상 이상의 에너지를 지니며,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흔히 ‘밝다’ ‘어둡다’ ‘예쁘다’ 정도로 색이 주는 추상적 느낌도 그 연원을 파헤치면 묘한 심리가 숨어 있다.

색에 대한 인류의 지적 욕구는 과학과 맞닿아 있다. 처음 색채이론을 창시한 이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색을 신이 하늘에서 보내는 ‘신성한 빛’으로 여겼다. 모든 색을 자연의 4대 원소인 불, 흙, 공기, 물과 연관지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색에는 일정한 규칙과 질서가 필요했다. 그의 색채이론은 한낮의 흰색에서 시작해 한밤중 검은색으로 마무리되는 선형적 체계로 구성됐다. 이 색채구분법은 무려 2000여 년 뒤 뉴턴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뉴턴은 현재 알려진 색에 대한 개념을 정리했다. 그는 무지개에 호기심을 느껴 색의 스펙트럼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시인이자 소설가로 유명한 괴테도 색채 연구에 도전했다. 그는 색을 “사람들이 각자 다르게 인식하는 감정 경험”으로 봤다. 현대에 와서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융은 파란색을 ‘객관, 분석’, 초록색을 ‘평온, 진정’ 등의 키워드로 분류하며 현대 색채심리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색채 구분이 지구상 모든 곳에 일괄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색이란 문화, 관습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구 국가에서 사별, 애도의 의미가 강한 검은색은 아프리카에서 경험과 지혜를 뜻한다. 중국에서 황제의 색을 뜻하는 노랑은 유럽에서 나약함과 배신을 상징한다. 과거 남성성을 상징하던 분홍색은 현대로 넘어오며 여자아이와 더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저자는 성격, 심리 테스트에 따른 네 가지 색의 조합군을 제시한다. 봄/장난스러움, 여름/고요, 가을/대지, 겨울/미니멀리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성향에 따라 네 가지 중 하나의 유형에 더 친근함과 에너지를 느낀다. 윌북 제공
저자는 성격, 심리 테스트에 따른 네 가지 색의 조합군을 제시한다. 봄/장난스러움, 여름/고요, 가을/대지, 겨울/미니멀리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성향에 따라 네 가지 중 하나의 유형에 더 친근함과 에너지를 느낀다. 윌북 제공
색의 역사와 의미를 충분히 짚었다면, 이제 이를 활용할 차례다. 저자는 후반부에 직접 색채 코디네이터로 나서 삶에서 활용 가능한 소소한 팁을 제시한다. 개인 성향에 따라 어울리는 면접 의상, 업무 효율을 높이는 사무실 색채 배치, 성격이 유별난 구성원들과 조화롭게 살기 위한 인테리어법 등은 당장 도전해 볼 만하다.

책은 얼핏 보면 우리가 느끼는 색의 이미지를 한데 정리해 놓은 모음집 수준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색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에 우린 너무도 많은 색에 둘러싸여 있다. “색은 곧 인생”이라는 저자의 말도 밑져야 본전 아닐까. 그의 말에 따라 당장 월요일에는 자신감을 극대화해 주는 붉은 계열 옷으로 월요병을 없애 보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컬러의 힘#캐런 할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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