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입 OK, 선거개입 NO?”…‘하명수사’ 정국 주목받는 추미애 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6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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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입은 했으나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앞뒤 안 맞는 판결, ㅉ(쯧).”

검찰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61)이 5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쓴 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추 후보자는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1심 재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은 맞지만 공직선거법상 불법 선거운동으로는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리자 이틀에 걸쳐 트위터에 비판글을 올렸다.

판사 출신인 추 후보자는 “정치는 과정이고 선거는 결과인데, 과정에 개입하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에 개입한 것 아닌가”라며 선거개입을 무죄로 본 재판부 결정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 다음날에는 “원세훈 무죄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국정원은 정치개입은 안 되지만 최고 권력이 바뀌는 대선개입은 위법이 아니게 된다”며 “궤변이 낳을 또 다른 엄청난 헌정파괴 유도를 어떻게 막죠?”라고 적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의 논리는 선거운동이란 ‘특정한’ 또는 ‘특정될 수 있는’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범행 시기로 지목한 2012년 1월은 대통령선거를 11개월 앞둔 시점으로 어느 정당의 후보도 특정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선거법 무죄의 핵심 근거였다. 검찰은 기존의 정치관여 행위가 선거철에 와서는 당연히 선거운동으로 전환된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사건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빗대는 목소리가 많다. 선거개입 주체가 국정원에서 경찰 또는 청와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 상급자인 법무부 장관에 오를 추 후보자가 5년 전 발언에 따라 사건 지휘를 할지 주목된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경찰이 야당 후보였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를 시작한 것은 선거를 불과 4개월여 남긴 시점이었다. 선거 결과 여당 후보였던 송철호 울산시장이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공직선거법 85조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동진 기자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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