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농구 DNA 그대로 ‘뼈란트’… “팬 위해서라면 언제든 몸 던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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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 대활약 화제 삼성 김진영

프로 데뷔전에서 만점 활약을 펼친 삼성 김진영이 5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자신의 마른 몸을 보여주고 있다. 키가 193cm인데 몸무게는 70kg도 안 돼‘뼈란트’라는 별명이 붙은 김진영은 “말랐다고 힘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순간적인 힘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고 말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프로 데뷔전에서 만점 활약을 펼친 삼성 김진영이 5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자신의 마른 몸을 보여주고 있다. 키가 193cm인데 몸무게는 70kg도 안 돼‘뼈란트’라는 별명이 붙은 김진영은 “말랐다고 힘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순간적인 힘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고 말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김유택 해설위원
김유택 해설위원
“어휴. 70kg만 돼도 소원이 없겠어요.”

193cm의 훤칠한 키, 사슴같이 큰 눈, 오뚝한 코, 농구 ‘DNA’까지 안 닮은 게 없다. ‘뼈란트’(깡마른 미국프로농구 스타 케빈 듀랜트 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라고 불릴 정도로 빼빼 마른 몸까지…. 5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김진영(21·삼성)은 “살이 잘 안 찌니 신체 밸런스라도 잘 잡으려고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며 웃었다.

1980, 90년대 ‘황새’라는 별명과 함께 무적의 ‘허동택 트리오’로 명성을 떨친 김유택 해설위원(56·현역 시절 197cm, 65kg)의 아들인 김진영의 3일 프로 무대 데뷔전은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대단했다. 25분 정도 코트를 누빈 그는 3점슛 3개(성공률 100%)를 포함해 16득점 6리바운드 2스틸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팀이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54)의 아들 허훈(24)이 15득점 13도움으로 맹활약한 KT에 83-96으로 패한 게 2% 아쉬웠을 뿐. 하지만 ‘대단한 농구 2세’들의 피 튀기는 대결은 그 자체로 꽤 화제가 됐다. 김진영은 “중학교 시절 너무 긴장해서 망쳤던 경기가 있다. 그 후 어디서든 절대 긴장하지 말자고 다짐했고 (데뷔전에서도) 그렇게 했다. 내 수비가 부족해 팀이 진 게 아쉬웠다. 6일 KT와 다시 맞붙는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삼광초등학교 시절의 김진영(왼쪽)과 허훈. 김진영이 3학년, 허훈이 6학년 때였다. 동아일보DB
서울 삼광초등학교 시절의 김진영(왼쪽)과 허훈. 김진영이 3학년, 허훈이 6학년 때였다. 동아일보DB
농구인 2세뿐 아니라 이복형인 최진수(30)가 오리온에서 활약 중이라 김진영은 여러모로 화제를 몰고 다닌다. 경기 후 최진수로부터 ‘너 뭐냐?’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받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김진영은 “진수 형이나 저나 ‘쿨한’ 성격이라 매일은 아니더라도 평소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다. 예상외로 잘해 기특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며 웃었다. 데뷔전을 앞두고도 “형이 ‘농구하는 거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해줬다”며 말했다.

아직 한 경기만 치른 신인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부담이 될 만하다. 그래도 김진영은 “팬이 있어야 선수도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좋은 쪽이라면 뭐든 이야기가 되고 그 일로 팬들이 즐거울 수 있다면 언제든 몸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신인치고 꽤 의젓하다고 하자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작은 일에 일희일비 말라’는 엄한 말을 많이 들어서…”라며 웃었다.

대학(고려대) 동기생들보다 1년 일찍 드래프트 시장에 나와 김진영은 학교가 있는 서울과 팀 숙소가 있는 용인을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하나에만 집중하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날도 그는 오후 2시까지 수업을 듣고 4시부터 시작하는 팀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왔다. 김진영은 “프로가 됐기에 팀이 우선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학업이) 팀에 폐가 될 일이라면 팀과 잘 상의해 휴학이든 다른 방법을 생각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행히 시작이 좋았어요. 앞으로 이런 모습을 선수 생활 하는 내내 꾸준히 보여드리는 게 제 목표예요. 지켜봐 주세요.”

한편 형 최진수가 속한 오리온은 5일 SK에 60-62로 석패했다. 데뷔전 패배를 맛본 김진영의 승리를 향한 마음도 한층 더 절실해졌다.

용인=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김진영#농구#김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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