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國의 小國 괴롭힘 반대” 사돈 남 말하는 듯한 中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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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오후 방한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고 왕 부장은 “국제정세는 일방주의와 강권정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한중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한중 양국은 연내에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릴 한중 정상회담과 내년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왕 부장은 그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세계 평화 안정이 직면한 최대 위협은 일방주의가 현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며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중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소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외교장관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도 한국은 한중 간 합의를 강조한 반면 중국은 미국 견제론을 앞세웠다. 왕 부장은 어제 기자들에게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해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로 겨우 봉합된 한미 균열의 틈새를 파고들어 미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의 발언은 패권주의 반대 원칙을 천명한 것이지만 중국 자신부터 반(反)패권주의를 제대로 실천해 왔는지 자성해야 한다. 재작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보여준 치졸한 보복 행태는 일일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달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後果)를 초래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을 겁박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려면 중국부터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외교#문재인#외교부장#중국#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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