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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 앞세운 중국의 샤프파워 논란[글로벌 이슈/구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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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 앞세운 중국의 샤프파워 논란[글로벌 이슈/구가인]

구가인 국제부 차장 입력 2019-12-04 03:00수정 2019-12-0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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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학 및 학교에 설치된 500여 개 공자학원을 총괄하는 중국 정부기관 한반(漢辦)이 매년 주최하는 중국어 대회 한위차오(漢語橋). 올해 18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해외 예선 준결선 등을 거쳐 선발된 외국 학생들은 TV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결선을 치른다. 공자학원 홈페이지
구가인 국제부 차장
중국계 이민자가 많은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공립학교 14곳은 2007년부터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어학·문화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따르면 이곳 공립 킬데어 학교 학생들은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쓰는 중국어 몰입교육을 받는다. 학교 곳곳에 한자 벽보 등 중국어가 가득하다. 현재 에드먼턴의 학생 2143명이 프로그램에 등록했고, 중국 정부는 교사 15명을 파견했다. 대부분의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로부터 수업 교재와 운영 기금 지원을 받는다. 다만 CBC가 공자학원이 있는 8개 대학에 중국 정부의 지원 내역 등을 문의했지만 절반이 답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평가는 갈린다. “중국에 계신 할머니와 대화가 쉬워졌다”는 중국계 학생의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공자학원이 중국의 정치 선전 도구라는 비판도 높다. 캐나다안보정보국(CSIS)은 2013년 이 같은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영국문화원 등 외국 정부 지원 기관이 여럿이지만 공자학원만큼은 다른 범주로 구분한 셈이다. 캐나다에서는 공자학원이 교사 선발 시 중국에서 금지된 파룬궁과 연관이 없어야 한다는 등 제한을 둬 논란이 됐다.

미중 갈등이 부각된 올해 공자학원은 캐나다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 화웨이 스파이 논란이 일었던 올 초 미국의 미시간대·시카고대 등 7곳이 공자학원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2011년 세계 최초로 공립학교에 공자학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가 8월 시드니 등 지역 공립학교 13곳에 설치된 공자학원을 폐지했다고 전했다. 중국 선전 매체로서 미칠 영향을 우려한 호주안보정보원(ASIO)의 보고서가 나온 직후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몽(夢·중화민족부흥)을 선언한 이래 중국 정부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물리적 힘에 대응하는 개념) 확대에 주력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시기 문화대혁명으로 사라졌던 공자가 사상적으로 부활하고,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이 증가한 이유다. BBC에 따르면 2004년 한국에서 처음 문을 열었던 공자학원은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548곳에서 운영된다. 중국 정부는 내년까지 100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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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전 논란은 늘 중국의 소프트 파워 확대에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자학원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문화 콘텐츠나 플랫폼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10, 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15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중국 바이트댄스의 영상공유 앱 ‘틱톡’이 대표적이다. 경쟁사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10월 틱톡이 “미국 및 세계의 정치적 시위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틱톡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최근 속눈썹 화장을 하며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고발한 10대 소녀의 계정 삭제를 계기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원과 투자는 급증했으나 여전히 중국이 소프트 파워 강국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최근 샤프 파워(sharp power)라는 말이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가 상대를 설득해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것이라면, 샤프 파워는 막대한 재정 등을 무기 삼아 매수·유인 등을 통해 상대를 강제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힘을 뜻한다. 소프트 파워라는 단어를 만든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의 샤프 파워를 우려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중국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다. 일부는 미중 패권 다툼 중에 서구적 잣대로 중국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최근 홍콩 사태 등에서 중국 당국의 강경한 대응이나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검열 논란, 인권 유린 고발 등을 보면 중국발 문화 확장을 마냥 반기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중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즐기면 죄책감이 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대로 된 소프트 파워 확장을 위해서는 인권과 같은 기본 가치에 대한 좀 더 엄격한 존중이 필요하다. ‘인본(人本)’은 공자의 주요한 사상이기도 하지 않던가.


구가인 국제부 차장 comedy9@donga.com
#중국#정치 선전#소프트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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