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요리하고 운동하며… “공유주택서 인맥 쌓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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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생활공간’ 찾는 2030

“영화 ‘기생충’ 보셨나요? 전 그 영화가 ‘건축의 호러’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함께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는 게 굉장히 큰 공포잖아요.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커뮤니티를 꾸렸을 때 공포감을 덜고,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건축가 송멜로디)

○ 나무를 닮은 집, 트리하우스

1 나무를 닮은 모습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트리하우스 외관. 트리하우스 제공
1 나무를 닮은 모습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트리하우스 외관. 트리하우스 제공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트리하우스’(72가구)는 그야말로 나무를 닮은 집이다.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각 가구들을 겹겹이 쌓아올렸고, 모든 가구가 중앙 정원과 연결돼 있다. 이 건물은 10월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2019 건축 마스터상(AMP)’을 수상했고, 영국 디자인매거진이 선정하는 ‘2019 Dezeen Awards’의 세계 톱5 주거 프로젝트로 뽑히기도 했다.

예일대 건축대학원에서 ‘코(Co)리빙 건축’을 전공한 송멜로디 씨(29)는 “고시원으로 상징되는 공유주택에 대한 기존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법률적으로 고시원은 무조건 부엌 등 공유 공간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고시원에는 사회적인 낙인이 존재해요. 하루빨리 성공해서 탈출해야 되는 공간, 옆방에 있는 사람은 ‘귀신’ 같은 존재이고…. 따뜻한 커뮤니티 공간이 되려면 무엇보다 햇빛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건축가 김수근의 세운상가를 모티브로 한 중정에는 삼면의 창에서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입주자들은 공간의 심장과도 같은 중정에서 커피를 마시고, 일하고,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고, 요가를 한다. 지하주차장에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있어 시간당 7000원 정도에 테슬라, 벤츠, BMW 등 고급 수입차도 빌릴 수 있다. 3개월 기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는 130만∼140만 원대다.

○ 엘리베이터가 마을버스인 ‘유니언타운’

2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유니언플레이스 9층.루프톱은 핼러윈 파티가 열리는 등 입주자들끼리 서로 교류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유니언타운 제공
2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유니언플레이스 9층.루프톱은 핼러윈 파티가 열리는 등 입주자들끼리 서로 교류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유니언타운 제공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2호선 당산역 부근의 ‘유니언타운’은 30년 넘은 9층짜리 직업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생활공간이다. 이 건물에 들어서면 마을버스처럼 디자인된 엘리베이터가 반긴다. 4, 5층 공유 오피스, 6∼8층 주거시설 외에도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가는 행선지가 표시돼 있다.

입주자들이 말하는 가장 큰 이점은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인맥과 경험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당산철교와 한강의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9층 루프톱에서는 핼러윈 파티, 콘서트, 독서모임, 영화 상영과 같은 소모임이 펼쳐진다.

2층 영어 커뮤니티 카페에서는 수다를 떨며 드라마나 퀴즈를 통해 영어를 배우는 ‘소셜(Social) 러닝’이 이뤄지고, 지하 1층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입주자들이 GX(그룹운동)를 하거나, 한강변을 함께 달리기도 한다.

3 공유 오피스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입주자들끼리 활발한 협업도 일어난다. 유니언타운 제공
3 공유 오피스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입주자들끼리 활발한 협업도 일어난다. 유니언타운 제공
입주자가 대부분 20, 30대인 이 건물은 전체가 청년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3층에 있는 6개의 공유 주방에는 창업을 꿈꾸는 셰프들이 입주해 있다. 이곳은 ‘먹방’을 찍는 유튜버들의 인기 촬영 장소다. 입주자인 박재성 씨는 ‘금빛행성32 파크’라는 캐릭터를 개발하는 디자이너. 그는 “공유 오피스에 입주한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과 로고 디자인, 해외 진출 등에서 수많은 협업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외국인 친구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소중한 네트워크 공간”이라고 말했다. 유니언타운은 주거에는 보증금 없이 월 80만 원, 공유 오피스는 월 25만 원이 든다.

이 건물을 만든 유니언플레이스의 이장호 대표는 “경리단길 등 맛집 위주의 도심 재생은 핫플레이스로 떴다가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일과 주거, 공부, 운동, 사교를 함께 하는 수직형 마을을 세우는 것은 새로운 도심 재생 모델”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공유주택#트리하우스#유니언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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