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도 ‘오너 리스크’… 창업자 스캔들에 휘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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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 대표 학력위조 후폭풍
네이버-현대차 투자한 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 학력-경력위조 드러나… 대표 재신임 놓고 경영진 내분
위워크 前대표 횡령-마약 논란 등 해외벤처도 창업자 일탈 등 몸살

지난해 네이버와 현대차 등이 투자해 기업 가치 3000억 원으로 평가받은 예비 유니콘 기업 메쉬코리아가 창업자인 대표의 학력 및 경력 위조 논란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창업자가 곧 ‘얼굴’로 인식되는 국내외 스타트업 업계에 창업자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 예비 유니콘 ‘부릉’, 대표 스캔들로 논란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는 최근 유정범 대표(CEO·37)의 신분 위조 및 경영권 논란을 겪고 있다. 2013년 창업한 이 회사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식음료, 생활용품 등을 실시간 배달하는 서비스로 올해 상반기(1∼6월) 매출 676억 원을 냈다. 지난해까지 10여 곳에서 총 9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메쉬코리아를 창업한 유 대표는 최근까지 고려대 중퇴,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 학력 및 미국 딜로이트 본사 근무, 컬럼비아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졸업 경력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학력 및 경력 위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본인이 실제로는 중앙대를 중퇴한 뒤 컬럼비아대를 나왔으며 딜로이트와 MBA 경력은 허위라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네이버(20.9%), 휴맥스·휴맥스홀딩스(18.4%)에 이어 16.8%의 지분을 보유한 3대 주주인 유 대표는 최근 퇴진 여론을 거부하고 직접 주주간담회를 열어 재신임을 호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 대표는 휴맥스 측이 선임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위·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해임했다. 이 과정에서 휴맥스 등 일부 주주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경영진의 다툼이 일면서 추가 투자 유치나 서비스 확대 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쉬코리아 측은 “내부 재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2월 주주총회에서 대표 신임 여부가 안건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 급성장 유니콘의 그늘, 창업자 검증 부재

주목받던 스타트업이 창업자의 도덕성 논란으로 위기를 맞은 사례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나왔다. 태생적으로 창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스타트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4월엔 개인 간 거래(P2P) 금융기업 미드레이트의 창업자이자 초대 한국P2P금융협회장을 맡았던 이승행 전 대표가 학력 위조 논란으로 사퇴했다. 지난해 말엔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의 창업자인 심명섭 전 대표가 음란물 유통 방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1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가 무산되기도 했다. 검찰이 올해 8월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오너 리스크 때문에 여기어때는 9월에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최근 ‘거품 논란’을 빚었던 위워크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 기업들도 창업자 리스크를 피해가지 못했다. 경험 많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조차 위워크 창업자인 애덤 뉴먼 전 대표의 공금 횡령·마약 중독 문제를 조기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

신산업계의 창업자 리스크는 위워크 사태 이후 미국 학계에서도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성장과 투자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창업자와 사업 모델에 대한 검증 시간이 부족한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창업자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다 무리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자는 경영권이 희석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창업#오너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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