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죽음의 진실을 찾는 법의학자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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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리처드 셰퍼드 지음·한진영 옮김/464쪽·1만8500원·갈라파고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시신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저자는 평생 2만 구 이상의 시신을 부검하고, 헝거퍼드 대학살, 9·11테러, 발리 폭탄 테러 등 굵직한 사건들에 참여한 영국 최고의 법의학자. 그는 죽음 앞에서 가장 냉정해야 하는 사람이다.

법의관은 죽은 자들의 의사다. 시신을 통해 살인사건을 재구성하고,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그래서 법의관들은 누구의 죽음이든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법의관이 흔들리면 피고인은 저지르지 않은 일로 유죄 판결을 받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도 사건의 진실이다. 30년간 숱한 죽음 앞에서 냉철했던 그도 2016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사고 현장에서 몇 달 동안 인체 조직과 뼈를 찾는 작업을 한 인류학자는 비행공포증이 생겼다. 영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몸 곳곳에, 팔다리에까지 자기 이름을 써넣을 정도였다. 비행기가 추락해서 팔다리가 절단되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이 책에는 법의학자가 되기까지의 수련 과정, 수수께끼 같은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낸 사연, 테러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던 고통까지 생생한 문체로 담겨 있다. 2018년 영국 ‘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닥터 셰퍼드#죽은 자들의 의사#리처드 셰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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