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손정의 동맹, 日 ICT산업 판 뒤집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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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라인-야후재팬 통합 추진

일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52)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62)이 손을 맞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최대 메신저인 라인(네이버의 자회사)과 최대 포털인 야후재팬(소프트뱅크의 손자회사)이 한 지붕 식구가 될 가능성이 나온 것이다.

○ 이해진의 10년 숙원 이루나


14일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자본금을 각각 50%씩 출자해 새로운 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가 라인과 야후재팬의 지주회사인 Z홀딩스의 최대 주주가 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라인은 네이버가 지분 72.6%를 갖고 있으며 Z홀딩스는 소프트뱅크가 지분 44.1%를 갖고 있다. 네이버는 이날 공시를 통해 “해당 사항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포털시장은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오랜 숙원이었다. 2000년 11월 네이버 재팬으로 처음 일본 시장에 도전했지만 검색서비스 1위를 지키고 있던 야후재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채 5년 만에 철수했다.

2007년 네이버 재팬을 재설립한 이 GIO는 검색 기업 ‘첫눈’ 출신이었던 신중호 라인 대표(47)를 ‘일본 특사’로 보냈다. 이 GIO와 신 대표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메신저 서비스로 일본 시장에 재도전해 반전을 이뤄냈다. 일본에 이렇다 할 만한 스마트폰 메신저가 없는 상황에서 라인은 순식간에 1위 메신저 기업으로 올라섰다. 현재 일본에서 라인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8000만 명에 이른다. 야후재팬 MAU(5000만 명)보다 많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통합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이 GIO와 손 회장의 7월 회동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한일 양국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거물들이 극적인 동맹을 추진하는 데는 당시 회동에서 담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손정의와 2인 3각으로 라쿠텐 겨냥


이번 라인-야후재팬 경영 통합이 성사되면 단숨에 1억 명 이상 사용자를 거느린 한일 합작 ICT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달 28일 네이버가 밝힌 ‘아시아-유럽 글로벌 벨트’ 구상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GIO는 속칭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와 BATH(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에 맞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두 기업의 시너지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시장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라인은 2015년 라인페이를 출시했지만 일본 내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과의 경쟁으로 시장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검색 포털로는 1등이지만 e커머스 시장으로 새로운 수익을 찾아 나서야 하는 야후재팬의 입장도 비슷하다. 반면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EY에 따르면 일본의 핀테크 도입률은 34%로 중국(87%)이나 한국(약 67%)에 비해 아직 시장 초기 단계다. 힘을 합하면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연 매출 기준으로 라인(2100억 엔·약 2조2600억 원)과 야후재팬(9500억 엔)을 합하면 라쿠텐(1조1000억 엔)을 앞지르게 된다. 블룸버그는 “양 사가 최근 이용자 확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수익이 악화됐다. 이번 거래로 라인의 점유율과 야후재팬의 e커머스 사업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회사의 동맹 추진 소식에 시장은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네이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92% 오른 18만 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다.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야후재팬 지주사 Z홀딩스 주가도 전날보다 16.39% 오른 449엔에 거래를 마쳤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라인 주가 역시 26.61% 상승했다.

곽도영 now@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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