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사익 노려 親터키 정책… 재선땐 나토 탈퇴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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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쿠르드 침공 용인한 것도 이스탄불에 사업체 있기 때문 분석
“완전 고립주의… 국제동맹 싫어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터키 정책을 강력 비판했다. 12일 NBC방송,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도 트럼프 일가(一家)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일가의 결탁 의혹을 일제히 제기했다.

이런 공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워싱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하루 전에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미국의 전격적인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및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 이후 두 정상이 처음 만나는 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 공개 청문회까지 시작돼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NBC는 볼턴 전 보좌관이 6일 한 비공개 모임에서 “재직 중 대통령의 터키 정책에 가장 좌절감을 느꼈다. 그의 외교적 결정이 개인적 이해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고 12일 전했다. 터키는 미국의 격렬한 반대에도 7월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미사일을 도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후 미 의회가 대터키 경제 제재를 추진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에 반발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이 완전한 고립주의를 택할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같은 핵심 동맹에서 탈퇴할지도 모른다”고도 우려했다.

NBC는 “트럼프 일가가 터키 이스탄불에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이 기업의 행사에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참석했을 정도로 두 정상과 그 가족들의 교분이 돈독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계가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에 대한 백악관의 소극적 대응, 러시아 무기를 구입한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 연기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얘기다.

NYT는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터키 현지 사업 파트너인 언론재벌 아이든 도안의 사위 메흐메트 알리 얄츤다으 등 ‘3명의 권력자 사위’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과 터키의 비공식적 외교 통로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4월 알바이라크 장관이 워싱턴의 트럼프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을 때 쿠슈너 고문은 그를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로 불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이들과 돈독한 사이다. 2012년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탄불의 트럼프타워 개관식에 참석해 얄츤다으를 만났다. 당시 총리로 재임 중이던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얄츤다으는 이방카의 대단한 친구이며 에르도안도 좋은 사람으로 미국과 세계에서 높이 존경받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1000억 달러(약 116조8000억 원) 규모의 무역 합의를 하면 S400 미사일 구매에 따른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고 12일 전했다. 또 이미 자국 내로 들여온 S400을 실전 배치하지 않고, 러시아제 무기를 추가 구입하지 않으면 터키를 미국의 ‘F-35’ 전투기 체계에 참여시켜줄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트럼프#존 볼턴#터키#이스탄불#사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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