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2년… 도시재생 희망의 싹이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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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주택 806가구 이주 지원… 대피소 생활 213명은 눈물의 세월
국회 계류중인 특별법 통과돼야 이재민 주택 등 도시재건 가능

1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지진대피소에서 한 이재민이 임시 거처인 텐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3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지진대피소에서 한 이재민이 임시 거처인 텐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지진 피해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당시 이곳은 진앙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어 6개 동 가운데 4개 동이 전파(全破)됐다. 주민이 모두 떠난 아파트 입구에는 약 2m 높이의 철제 펜스가 쳐져 있었다. 쩍쩍 갈라진 아파트 벽면과 깨진 창문들이 참혹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죽은 도시를 방불케 한 이곳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포항시가 대성아파트를 비롯해 이 지역의 전파된 아파트 6개 단지를 모두 매입하고 흥해 특별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단지 전체를 허물어 만든 120만 m² 부지에 공공도서관과 다목적 대피소, 재난심리지원센터, 공공임대주택 등을 건립한다. 2023년까지 국비를 포함한 2257억 원을 들여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항시가 지진 피해의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아직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지만 미래를 향한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시는 최근까지 지진 피해를 본 806가구의 공공주택 이주를 지원했다. 일부는 추가 2년 연장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진을 촉발한 포항지열발전부지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전담부서(TF)를 구성해 주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포항이 점차 안정을 찾으면서 죽도시장과 영일대 해수욕장 등 주요 관광지는 조금씩 일상을 찾고 있다. 한 상인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포항을 찾는 전국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지진 피해 돕기 캠페인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흥해 특별재생사업과 지진 피해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포항지진특별법이 올해 4월 발의된 이후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 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야의 견해차와 다른 현안 처리를 이유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이복길 포항시 안전도시사업과장은 “특별재생사업은 무너진 도시와 가치 회복을 위한 필수 정책이다. 이재민을 위해 다시 집을 지어주는 등 직접적인 재건을 위해 특별법 통과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14일부터 열리는 국회 산자위 법안심사 소위에 사활을 걸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시장은 “대피소 이재민뿐만 아니라 지진 피해 시민들 모두가 제대로 된 현실적인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특별법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 14일 국회를 찾아가 산자위 소속 의원들에게 특별법 통과의 필요성을 적극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검찰이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4개 기관을 압수수색 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처벌 여론이 커지면 특별법 통과의 당위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에 걸쳐 소송인단 1만2867명을 모아 정부와 ㈜포항지열발전, ㈜넥스지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직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에는 213명이 임시 거처인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 13일 찾은 대피소 벽면에는 ‘난민보다 못한 지진 이재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김원호 씨(59)는 “또다시 몇 달간 추위로 고생할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두렵다. 이곳 생활은 사람 사는 게 아니다.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포항#지진#특별재생사업#포항지진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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