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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실장이 틀렸다 [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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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실장이 틀렸다 [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 입력 2019-11-12 14:00수정 2019-11-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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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은 10일 대한민국의 안보에 대한 ‘중요한 인식’을 공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을 택했습니다. 그 중에는 한-미-일 3국 관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우리 정부의 판단도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안보실장의 인식은 정확하지도 않았고, 올바르지도 않아 보입니다.

‘지소미아’ 그 자체가 선(善)이냐 악(惡)이냐의 문제를 논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안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도 우리 안보가 당장 결단 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이른바 ‘퍼펙트 스톰’에 직면한 대한민국호(號)의 안보 사령탑이 가진 인식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과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오른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반기 총평과 후반기 국정 운영 기조 등에 대해 설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제가 주목한 정 실장의 발언은 두 가지였습니다.

①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간에 풀어야 할 사항으로 한미동맹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② “지소미아 파기로 일본과 군사정보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고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정의용 실장의 두 발언은 모두 ‘참’이 아닙니다. 적어도 지난 1주일간(11월 3일~9일) 일본의 도쿄(東京)와 오키나와(沖繩)에서 보고 듣고, 탐구한 끝에 내린 결론과는 거의 정반대였습니다. (필자 주·註: 일본 및 일본 주재 미국 관료들의 생각에 경도된 것 아니냐는 일부 비판은 감수 하겠습니다.)

필자는 주한미국대사관과 관훈클럽 초청으로 1주일간 요코다, 요코스카, 후텐마, 카데나 등 4개의 주일미군 기지와 오키나와 나하에 있는 일본 자위대 를 방문했고, △주일미국대사관 △일본 외무성, 국방성 등의 공식 브리핑을 들었습니다.

당국자들의 발언을 직접 인용할 수 없는 탓에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쌍 따옴표’ 안에 전할 수 없지만 큰 틀에서 그들의 총의(總意)를 전하자면 이렇습니다.

① 지소미아는 비단 한일간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 간의 대북정보교류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이다.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근거
지소미아 문제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만 봐도 이 문제가 한일간에 풀면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매우 '상징적인(symbolic)' 사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 지소미아 파기시한(11월 22일)이 임박하면서 미국 정부의 주요 아시아 정책 담당자들이 약속이라도 것처럼 파기결정 철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아시아정책 담당자들의 지소미아 연장 압박>


일본 출장 중에 만난 주요 인사들은 지소미아 파기가 미국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유일하게 실명인용이 가능했던 미치시타 나루시게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한 압력을 강화하려 하는데 지소미아 파기가 아주 좋은 구실을 주는 것 같다”며 “지소미아 파기는 미국 국익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한국의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가 미군의 전반적인 안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지소미아의 파기는 전반적인 한미동맹 유지·강화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② 지소미아가 파기된다고 한미동맹이 해체되는 것도 아니고 한일간 정보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활한 정보교류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가는 만일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근거
이번 출장에서 만난 군사, 정보 전문가들은 한미일 3국이 입체적인 정보교류의 매트릭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로 미국을 ‘매개체’로 한 선형 협력밖에 안된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커다란 손실이라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습니다. 분도 아니고 초를 다퉈야 하는 미사일, 방사포 발사에 대한 대응. 왜 한국의 안보에 너무도 소중한 자산 하나를 이리 쉽게 포기하는 것일까요?

주요기사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 이후 일본이 보복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탓입니다.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이 악행을 거듭하고 있는데 뒷짐만 지고 있는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를 움직이기 위한 카드로 지소미아 파기를 결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도와 달리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의용 실장이 10일 사용했던 표현을 인용하자면 “한일관계 파탄의 원인제공자”인 일본과의 협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반면 한미갈등의 골은 더 깊어만 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역효과도 이런 역효과가 없습니다.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은 그런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우리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익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한 ‘프로다운’ 외교안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단히 불편한 이야기지만 우리의 결정이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결과라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가장 꺼려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아래 보이는 사진과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8월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국제무대에서 두 차례 만났다. 8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세사람. (왼쪽 사진) 앞서 8월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양국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사진 가운데) 장관의 중재로 만나고 있다. 사진출처 AP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중재로 마련된 포토세션에서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비교적 환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일 전에 마련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자리는 냉랭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중재자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었던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눈여겨봤던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미국은 한국이 동맹에서 이탈하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 부장급(정치학 박사 수료)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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