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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든 우파든 먹고사는 게 우선” 무능정권에 분노한 중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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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든 우파든 먹고사는 게 우선” 무능정권에 분노한 중남미

최지선기자 , 전채은기자 입력 2019-11-11 21:30수정 2019-11-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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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집권한 중남미 최장수 좌파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60)이 선거 부정 논란으로 3주째 유혈 시위가 이어지자 10일(현지 시간) 사임했다. 경제지표 악화 속에 개헌까지 하며 무리하게 4선 연임을 시도한 것이 민심에 불을 붙였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시작된 칠레 반정부 시위 등 중남미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의 공통점은 경제 실패란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 더 이상 충돌을 원치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른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3주간 반정부 시위로 시민 3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

시위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개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투표 당일 중간개표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과 야권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 간 득표율 격차는 7%포인트였다. 하지만 선거관리 당국이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했다가 24시간 후 재공개하자 격차가 10.1%포인트로 벌어져 결선투표 없이 당선될 수 있었다. 야권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수세에 몰린 모랄레스 대통령이 “대선을 다시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군 최고사령관과 경찰 수장까지 사퇴 요구에 동참하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양극화와 경제난에 지친 칠레인들도 지난달 6일부터 한 달 넘게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칠레 최저임금은 월 426달러(약 49만4100원)이며 저소득층은 월급의 30%를 지하철 요금에 쓰고 있다. 시위대는 소수 엘리트 가문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며 빈부격차, 공공요금 상승을 방치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사태를 더 키웠다. 이미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시위 격화 후 2주간 180명이 고무탄 등에 맞아 심각한 눈 부상을 입었다. 눈 부상이 전염병처럼 번진다”고 전했다. 이 중 30%는 한쪽 눈을 실명했고 60%는 심각한 시각 손상에 시달리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70)은 16, 17일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취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안을 제안하고 헌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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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두 나라의 혼란 원인이 선거 부정과 지하철 요금 인상이란 단편적 이유로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누적된 경제 실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빈국이던 볼리비아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한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천연가스 수출이 침체되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까지 불어난 가운데 경제 성장 과실이 불평등하게 배분되자 도시 빈민이 급증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몸살을 앓는 중남미 국가는 볼리비아와 칠레뿐만이 아니다. 현재 33개 중남미 국가 중 최소 8개 주요 국가의 정국이 불안정하다. 남미의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꼽히는 칠레부터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까지 요동치는 이유는 ‘경제’로 모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지니계수가 0.31인 데 비해 이 8개국의 평균은 0.45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좌파 정권인 볼리비아, 우파 정권인 온두라스, 중도 표방 정권인 에콰도르에서 모두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치인을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권 교체도 빈번하다. 우파 정권이 장기 집권했던 멕시코는 지난해 7월 89년 만에 좌파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한 세기에 가까운 우파 정권의 부패와 폭력이 약 8800만 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했다. 4년 전 대선 당시 좌파 정권에서 우파에 표를 던졌던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은 지난달 27일 대선에서 빈곤과 실업 등 우파 정권에 대한 실망과 회의감으로 다시 좌파 성향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를 선택했다.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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