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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응수 “‘따블로 가!’ 열풍 얼떨떨…오래 살고 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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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응수 “‘따블로 가!’ 열풍 얼떨떨…오래 살고 볼 일이죠”

백솔미 기자 입력 2019-10-23 06:57수정 2019-10-2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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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응수.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2006년 영화 ‘타짜’로 뜬 김응수


13년전 뿌린 씨앗이 웃음으로 부활
팍팍한 현실, 젊은세대 마음 훔친듯
인터넷 패러디물 보면 감탄사 절로
위로 된다면 ‘곽철용’ 실컷 즐기세요


“나, 깡패 아니다”는 조폭 두목. “나도 순정이 있다. 적금 붓고 보험 들고 산다”면서 “네가 내 순정을 받아주지 않으면 내가 깡패가 되는 거야”라며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여자를 품으려 한다. 때로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라고 주문할 만큼 예의도 지키려 한다. 하지만 “순정”과 “신사” 따위는 판돈의 욕망 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 그러니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 새끼야?”라며 “묻고 따블(더블)로” 간다.(이상 영화 ‘타짜’ 속 대사 인용)

그야말로 ‘열풍’이다. 2006년 영화 ‘타짜’ 속 조폭 두목 ‘곽철용’이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젊은 세대는 다양한 동영상으로 그의 모습을 패러디하며 공유하기 바쁘다. 관심의 스포트라이트는 자연스럽게 곽철용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김응수(58)를 비춘다. 연기 경력 30여년 만에 ‘강제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물론 완벽한 캐릭터 연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응수는 정작 “어안이 벙벙하다”면서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곽철용 열풍’이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선 그래도 흐뭇하고 따스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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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 속 김응수. 사진출처|영화 ‘타짜’ 캡처

● “13년 전 뿌린 씨앗, 웃음으로 부활”

10년도 훨씬 지난 영화 속 캐릭터가 당시 함께 즐기지 못했던 젊은 세대를 통해 지금 확대재생산된 배경은 뭘까.

“‘묻고 따블로 가!’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한방에 역전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팍팍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름 스스로 정한 선을 지킬 줄 아는 곽철용이란 인물의 모습을 빌어 현실의 부조리함을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김응수는 이런 진단을 내놓고 “내가 멋있으니 곽철용도 멋있는 거다”는 너스레로 껄껄 웃는다.

“13년 전 뿌린 씨앗이 지금 웃음으로 부활한 것 같다. 감히 상상도 못한, 우연히 찾아온, 생각지도 않은 행운에 행복하다.”

김응수는 특히 이번 기회를 통해 젊은이들의 가능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패러디물을 보면 하나같이 훌륭하다”는 그는 “젊은 친구들의 감각과 센스, 실력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많은 20·30대가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웃을 일이 점점 없어지는데, 인터넷이란 공간 안에서 곽철용을 가지고 실컷 놀았으면 좋겠다. 이렇게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친구들을 보면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막막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러면서 “젊은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에 더욱 감사해 했다.

배우 김응수.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단풍이 물들어가듯 곱게 늙고 싶다”

김응수는 적지 않은 나이에 받은 큰 선물에 오랜 시간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돈이 아닌 체력”을 택했다. 나이가 들어도 “허리 쭉 펴고 두 다리로 똑바로 걷는” 자신을 상상하며 매일 아침 1시간 동안 산보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체력을 다지고 있다. 담배를 멀리 하는 그는 술도 줄이고 싶지만 쉽지는 않단다.

“요즘은 술 마시면 여파가 오래간다. 당연히 정신이 맑지 않으니 대사가 잘 외워지지 않는다. 연기 집중력도 떨어지고. 최대의 적이 술이다. 그런데 어떡하지? 술은 인류가 만든 최고의 음식이다. 하하! 맛도 있지만 술은 친화력을 높여주고 기분도 좋게 한다. 그래서 5시간 동안 먹을 양을 2시간으로 줄였다.”

넉살 좋게 웃지만 그는 배움에 게을리 하지 않는, 여전히 ‘청춘’의 열정을 지니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충남 서천에 계시는 어머니를 뵈러 가는 차 안에서 인문학 강의를 듣는다. 등산하며 스치듯 지나치는 인연을 소중히 여겨 새로운 관계를 맺고, 다른 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다른 인생을 배운다. 또 시간 날 때마다 서울 대학로를 찾아 연극을 감상한다. 후배들의 열정을 배우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제 “담백한 삶”을 살고자 한다.

“꽃은 시들어 떨어지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단풍잎은 누군가의 책갈피로도 쓰인다. 20대가 벚꽃처럼 활짝 피었다 졌다면, 지금은 단풍이 멋지게 물들어가듯 곱게 늙고 싶다. 내일의 태양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집중하고 싶다.”

● 김응수

▲1961년 2월12일생 ▲1986년 서울예술대 연극과 졸업 ▲극단 목화 ▲1990년 일본영화학교 영화연출 전공 ▲1996년 영화 ‘깡패수업’으로 데뷔 ▲1998년부터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그때 그 사람들’ ‘범죄와의 전쟁’ ‘공작’ ‘양자물리학’ 등 ▲드라마 ‘대왕세종’ ‘추노’ ‘해를 품은 달’ ‘김과장’ ‘청일전자 미쓰리’ 등 ▲2017년 KBS 1TV ‘임진왜란1592’로 방송통신위 방송대상 방송출연자상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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