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조국 장관 사의 수리 잘했다”에 말 돌린 文대통령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2일 1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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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발언에 고개 끄덕거렸지만 즉답 않고 화제 전환
한국당 이주영 지적에도 아무 말 없이 웃음만 지어
문희상·주승용 대화서 답변한 것과 차이 나타나
개혁입법 처리 못한 것에 대한 책임 물은 것으로 풀이
檢개혁 적임자 조국 물러나게 한 한국당 부담되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발언 등에 즉답을 피하고 말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에서의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사전환담회를 진행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주영·주승용 부의장, 여야 5당 대표 및 원내대표, 김명수 대법원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눴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조국 장관의 사의를 수리한 부분은 아주 잘한 것 같다. 다만 조국 임명 이후 국민 마음이 굉장히 분노라든가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며 “이 부분에 관해서는 대통령도 직접 국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황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거리긴 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나자 잠시 머뭇거린 뒤 이내 곧 “대법원에서도 대법개혁안을 발표했다. 한 말씀해달라”며 화제를 바꿨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에 “대법원에서 지난 10월에 법원 현안 관련 법안을 냈다. 본격적인 성과를 못 내 아쉽지만 정기국회 내에 저희들이 낸 개정안, 제도개선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고 입안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국회 측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은 여야 간 잇단 조국 정쟁으로 민생 입법은 물론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검찰개혁 등 개혁입법이 국회 문턱에서 멈춰선 데 대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법원개혁에 있어서는 협조를 바란다는 취지로 대화의 방향을 튼 것으로도 보여진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과제의 수행 적임자로 꼽았던 조국 전 장관을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상황까지 몰아붙인 한국당의 수장을 대면하기 불편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 소속 이주영 부의장이 “평소에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많이 귀담아주면 대통령 인기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발언에도 말 없이 그저 웃기만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문희상 의장의 조지아 등 해외순방 이야기나 주승용 부의장의 ‘세계 한상(韓商·한국출신 상인) 대회’ 관련 언급에 일일이 답변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사전환담 자리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제가 2017년 출범 직후 일자리 추경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해 왔고, 이번이 4번째 국회 방문이다. 예산심의에 도움이 많이 됐으면 싶다”며 “특히 지금 경제활력과 민생을 살리는 것이 가장 절박한 과제다. 당연히 정부 부처에서도 노력하겠지만 국회도 예산안, 법안에 관심 갖고 많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은 “남북 문제만 잘 된다면 민족이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오는 것과 같다.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싶다”며 “국회에서도 깊이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모든 정치의 중심이다.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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