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하루 한 시간 운동해야”…순환기내과 교수가 전하는 GX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8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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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58)는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베스트 닥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질병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 땜누에 임 교수는 만병의 근원이 되는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대사증후군관리사업단장을 맡은 것 또한 이런 활동 중 하나다. 최근에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 체조를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스스로가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라고 말한다. 다만 어렵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어야 한다고 한다. 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활 운동’이다. 장비가 필요하거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운동 종목을 따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골프도 최근에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드는데 비해 운동 효과는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임 교수의 건강법을 들어봤다.

● 버킷리스트, 마라톤 3회 완주


한때는 산을 자주 다녔다. 계절마다 한 번씩은 꼭 설악산에 가야 직성이 풀릴 정도였다. 최근에는 산행이 시들해졌다. 시간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운동 효과가 크지 않다는, 골프를 중단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그 대신 일단 꽂히면 그 운동은 꼭 한다. 대표적인 것이 마라톤이다.

2008년 무렵이었다. 우연히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사진을 접하게 됐다. 단풍이 빨갛게 물든 풍경에 매료됐다. 그런 거리를 달려보고 싶었다. 임 교수는 버킷리스트로 마라톤에 도전하기를 정해 놓았다.

이어 당장 달리기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훈련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2011년, 임 교수는 반드시 마라톤에 도전하겠다며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처음엔 1㎞를 달렸다. 그 다음엔 2㎞, 또 그 다음엔 3㎞로 거리를 늘렸다. 그런 훈련 끝에 마침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마라톤에 입문한 후 달리기에 푹 빠졌다. 한 번 완주하니 또 다시 완주하고 싶었다. 이듬해인 2012년, 임 교수는 동아마라톤 겸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4시간 5분의 기록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임 교수는 그 날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언제 서울 시내의 주요 도로를 달려보겠어요? 잠실운동장에 골인하는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죠. 제겐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마라톤 완주라는 버킷리스트를 완성했으니 달리기를 관뒀을까. 아니다. 임 교수는 요즘도 매주 주말 오전에 달린다. 자택에서 양재천을 지나 한강 둔치에 이른다. 짧을 때는 5㎞, 길 때는 10㎞를 달린다. 거리를 더 늘리진 않는다.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 환경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달리기를 끊지는 못한다. 임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달려본 사람들은 알 겁니다. 마약과도 같아요. 끊을 수 없죠.”

● GX에 빠지다


달리기를 대체할 운동이 없을까. 임 교수는 한때 이런 고민을 했다. 실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헬스클럽에 등록해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그러다가 흥미로운 운동을 발견했다. 일단 시작하니 푹 빠졌다. 마약과도 같다는 달리기보다 더 재미있단다. 바로 GX(Group eXercise)다. GX는 보통 헬스클럽 내에서 이뤄진다.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10~30명이 같은 동작을 하는 일종의 그룹 운동이다.

임 교수가 GX를 처음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사실 GX를 하는 방 안에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히 망설였다. GX 참여자들이 거의 대부분 여성이었던 것. 임 교수는 “솔직히 중년 남성이 여성들 틈에 끼어서 운동하려니 상당히 민망했다”며 웃었다.

그 민망함을 참으며 굳이 GX를 한 이유가 있다. 일단 운동 효과가 상당히 커 보였다. 트레드 밀 위를 걷고, 근력 운동을 그렇게 많이 한 자신은 땀을 별로 흘리지 않는데, GX를 마치고 나온 여성들은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땀에 젖어 있었다. 기왕이면 같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은 효과를 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GX 방에 들어갔던 것이다.

민망함은 2,3개월 지나니까 다 사라졌다. 게다가 예상했던 것보다 운동 효과가 훨씬 큰 것 같았다. 1시간 정도 운동하면 땀으로 옷이 다 젖어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트레이너의 지시를 100% 완벽하게 따라할 수는 없었다. 임 교수는 “운동을 막 시작했을 때였는데 트레이너가 나를 따로 부르더니 제대로 된 동작이 거의 없다고 지적하더라”며 웃었다.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GX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운동하기 때문에 도중에 혼자만 중단할 수도 없다. 그러니 동작을 따라하려는 노력 자체가 운동이 된다. 사실 지금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댄스 같은 동작은 따라하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보다 꼭 한 박자가 늦는단다.

3년 동안 매주 2회는 꼭 GX를 했다. 요즘에는 ‘GX의 전도사’임을 자처한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 전에는 운동하면서 자주 시계를 봤는데, GX를 할 때는 그럴 새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매일 바뀌는 것도 장점이다. 이를테면 월요일에는 하체 근력 강화 운동, 화요일에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 수요일에는 전신 스트레칭, 하는 식이다. 임 교수는 “프로그램이 매일 바뀌니 1주일에 2,3회 정도 참여하면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신체 밸런스 운동 등을 골고루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50대 이후 운동, 원칙을 지켜야”


임 교수는 일상적으로 운동을 할 것을 주문했다. 임 교수는 “헬스클럽에 등록했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일주일에 얼마나 헬스클럽을 찾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소한 5회 이상 한 시간 정도는 운동해야 심폐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50대 이후라면 가급적 매일, 한 시간 정도씩은 운동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에게는 또 하나의 운동 원칙이 있다. 부상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임 교수는 “특히 50대 이후에는 무리한 운동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 부족도 문제이지만, 과도한 운동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큰 문제라는 것. 임 교수는 “부상을 당하면 2,3개월은 쉬어야 한다. 그 사이에 운동 습관이 모두 무너지기 때문에 큰 손해”라고 말했다.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운동법을 물었다. 임 교수는 속도 조절을 권했다. 처음엔 걷기로 시작해서 탄력이 붙으면 빨리 걷기와 달리기로 바꾼다. 그러다가 숨이 차오르면 속도를 늦춰 천천히 걷는다. 임 교수는 “천천히 걷기, 빨리 걷기, 달리기를 반복하면 무릎에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특정한 운동 종목 하나를 골라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별로 권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지나치게 몰입하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른 운동이 되지 않아 신체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급적이면 운동 초기에는 트레이닝을 받을 것을 권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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