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국감, 피우진 증언 거부에 파행…野 “고발하겠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18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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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뉴스1 © News1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뉴스1 © News1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피우진 전 보훈처장이 증언을 거부함에 따라 한 때 파행을 빚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정무위 명의로 피 전 처장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반박하며 피 전 처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한 협의를 위해 1시간 가량 국감이 중지됐다. 피 전 처장은 재개된 국감에서도 여전히 답변을 거부해 야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질의가 이어졌다.

피 전 처장은 18일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지정 특혜제공 의혹에 관한 소명을 위해 일반 증인으로 채택돼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의 기관·일반 증인의 신문(訊問) 전 진행하는 선서와 증언 일체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피 전 처장은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정감사의 증인으로서 선서를 거부하며 일체의 증언 역시 거부한다”며 “증인출석요구서에 신문의 요지를 첨부토록 하는데 제 출석요구서에는 손혜원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포상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과 산하기관장 사퇴요구 관련 내용이 신문 요지로 적혔다”고 말했다.

이어 “두 가지 모두 자유한국당이 검찰에 저를 고발한 내용”이라며 “서울남부지검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했지만 고발인인 한국당이 항고해 서울 고검이 계속 수사 중이다. 사퇴 종용 의혹도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 전 처장은 “특히 한국당이 고발한 손혜원 의원 부친의 건은 검찰이 몇 달 동안 보훈처 직원들을 수시로 불러 조사했다. 심지어 어떤 직원은 10번도 넘게 소환, 여러 직원들을 자정 넘어 새벽까지 조사했다”며 “이렇게 강도 높은 수사를 했으나 결국 부정한 청탁이 없었고 법령을 위반해 진행됐다고 볼 수도 없고 서훈 확정은 심사에서 위법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피 전 처장은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은 증언 뿐 아니라 선서까지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권리라 하더라도 보훈처장까지 지낸 사람이면 권리를 포기하고 국회에서 증언을 해야할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보훈처 직원 1명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다른 직원들도 추가 기소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피 전 처장의 돌발스러운 증언 거부 발언에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야권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며 정무위의 명의로 고발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피우진 증인이 여러 법조항을 언급했지만 국회의 증언 9조에 정당한 이유없이 선서 또는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에서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며 “저희가 증인으로 모신 것은 재판과 관련 없이 재직 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상황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한 것으로 거짓이나 보탬이 있을 수 없다. 사실만 이야기하면 된다”고 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본인은 이미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아놓고 여기서 얘기하다가 잘못 얘기해서 또 다시 고발되거나 수사 받을 수 있으니까 나는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냥 본인의 생존본능만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증인감정법 12조 불출석 증인 거부죄 뿐만 아니라 동법 13조 국회 모욕죄까지 추가해 정무위 차원에서 고발할 것을 강력 주장한다”고 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피 전 처장의 증언거부는 법 이전에 전직 장관급 공직자로서 본인이 시행하고 결정한 정책에 대해 당당하게 증언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유감을 떠나서 떳떳하지 못한 자세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손혜원 의원 부친 문제는 불법 여부 이전에 명백하게 특혜 의혹이 있다. 그래서 국민 앞에 소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피 전 처장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은 “증인 또는 참고인이 할 수 있는 법률적 보호는 국회에서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또 피 전 처장은 말씀한 바와 같이 지난 7월18일 검찰에서 불기소처분했지만 다음날 한국당에서 항고를 접수한 상태다. 피항고인 신분이고 여기에서의 발언이 본인에게 불리한 증언이 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있을 뿐 아니라 보훈처 직원들에게도 그런 염려가 있어 선서를 거부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충분히 선서거부의 이유가 된다”고 전했다.

같은 당 이학영 의원은 “증언감정법 3조에 보면 형사소송법 148조 또는 149조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선서증언 또는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48조는 누구든지 자기나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 법정대리인 또는 후견감독인 등에 해당하는 자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증인이 법에 의해 증언을 거부했을 때 어떻게 강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김용판 증인이 예전에 선서거부를 한 사례도 있다. 한국당이 고발을 했는데 고발한 내용을 또 다시 질의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가 싶다. 이래서 증인의 증언거부 이유를 소상히 저희들이 잘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는 한 시간 가량 피 전 처장에 증인으로서 선서할 것을 설득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무위 국정감사는 오후 4시께부터 피 전 처장의 증언 거부를 용인한 상태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선동 의원은 피 전 처장에게 “모 언론에 보니까 정무위가 초토화됐다는데 미안하다는 유감의 발언 같은 것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김종석 의원도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바로 2월6일 손혜원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면담한 후 2월7일 담당과장에서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래도 이것이 특혜가 아니라고 하실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외에도 김진태·성일종·이태규 의원 등이 손혜원 의원 부친 특혜 의혹에 대해 거듭 질문했다.

그럼에도 피 전 처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 “수사 중인 사항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다만 피 전 처장은 “김원봉 서훈 추진은 역사인식에 기반한 것인가,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제 역사인식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답했다.

손 의원과 영부인이 친구이기 때문에 특별 배려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영부인과의 관계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 등에 대한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사퇴 등 거취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에서는 이 총리가 올 연말까지는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유한국당은 이 총리를 향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책임을 물으며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이 총리가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해 총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보도가 이어진 것도 이러한 공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질의에서 정운현 국무총리비서실장을 향해 “이낙연 총리 언제 사퇴하나. 말씀 없었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김 의원은 “방일 이후 사퇴 발표 일정에 대해 조정하고 있지 않나” “(사퇴 이야기가) 언론의 잘못된 보도라면 정정보도 요청은 안 했나” 등의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정 비서실장은 이에 “(사퇴에 관한)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 일정 조정도 전혀 없다”며 “(정정보도) 요청했지만 이뤄지진 않았고 기사 일부는 수정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차기 법무부 장관 제청 여부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정 비서실장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정훈 의원도 “총리 사퇴 여부에 대한 상황을 비서실장은 알 것 아닌가. 사퇴하는 건가 마는 건가”라고 물었다.

정 비서실장이 “언젠가는 사퇴하지 않겠나”라고 답하자 순간 장내에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사퇴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사퇴가 총리 혼자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라며 “당으로 가는 문제나 후임총리건 등 복합적인 문제에서 여러 상황이 변수”라고 정 비서실장은 전했다.

민주당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며 다시 한 번 총리의 사퇴 여부와 시점에 대해 물었다.

정 비서실장은 “사퇴 시점이 언제라고 단언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 적어도 12월까지 일정을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사퇴 안할 것’이라고 한 것이고 제가 특정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일정 이후 계획은 어떠하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린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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