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해명에도 게이머들 비난 여전..'진퇴양난'에 빠진 블리자드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0월 15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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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tzchung 선수에게 준 패널티가 적절치 않았다. 상금도 주기로 하고 대회 참가 금지도 1년에서 6개월로 줄이겠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제이 알렌 브랙(J. Allen Brack) 대표가 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blitzchung 선수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추겠다고 발표했지만 게이머들은 여전히 블리자드를 비난하며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게이머들은 배틀넷 탈퇴 등으로 불매운동까지 나서고 있어 블리자드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블리자드 알렌브랙 대표(자료출처-게임동아)
블리자드 알렌브랙 대표(자료출처-게임동아)

<하스스톤 징계 사태, 여전히 진행중>

지난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토너먼트 시즌2에서, blitzchung 선수는 APAC 경기 후 홍콩 시위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현했다가 '하스스톤' e스포츠 1년 출전 금지 및 그랜드마스터즈 시즌2 상금 전액 몰수라는 징계를 받았다. 또 이 인터뷰에 연루된 두 캐스터들도 해고되었으며 경기 VOD 역시 즉시 삭제됐다.

'대회에 정치적 요소를 표현하면 안된다'는 기본 원칙에 따른 조치라는 게 블리자드의 입장이지만, 즉흥적이며 과도한 패널티에 전세계 게이머들은 블리자드를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하스스톤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하스스톤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항의하는 게이머들에 대한 블리자드의 후속 대응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블리자드는 오히려 중국 측에 사과문을 개제하는 한편 해외의 대형 게임 커뮤니티 중 하나인 레딧까지 닫아버리면서 게이머들과 더이상 소통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화가 난 게이머들은 다시 블리자드 페이스북 게시글로 테러하기 시작했고, 블리자드 직원들의 양심고백이 이어졌다. 심지어 미국의 론 와이든 상원 의원까지 트위터를 통해 '블리자드가 중국에 굴복했다'고 표현하는 등 블리자드에 대한 비난 수위는 전세계적으로 더 높아졌다.

사태가 일파만파되자 뒤늦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제이 알렌 브랙 대표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blitzchung 선수의 징계 수위를 낮추면서 '중국과 아무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이머들은 거의 없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제이 알렌 브랙 대표의 발표에 대해 'FREE HONGKONG'이라는 문구를 내어 조롱하거나 '이것도 중국에서 검열받고 올린 사과문이냐' 라는 등의 혹평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블리자드의 행보, 한국 게임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블리자드의 행보가 일부 이해된다는 반응도 있다. 게이머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가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래식'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넷게임즈 등 블리자드의 차기 행보에 중요한 파트너 역시 중국 소속이다. 또 블리자드가 차기 핵심 모멘텀으로 준비중인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와 '디아블로 이모탈' 등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게임들로 분류되고 있다.

때문에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다소 공정성에 침해가 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중국인들의 역린인 홍콩 사태를 건드릴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블리자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NBA 휴스턴 로케츠 팀의 총괄 감독인 대릴 모리가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중국의 TV 매체들이 파트너십을 취소하는 등 중국 자본의 역습에 호되게 당한 반면, 애플은 홍콩 경찰과 반정부 시위대의 위치를 알려주는 HKmap.live라는 앱을 신속히 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된서리를 맞고 있다.

애플 로고(자료출처-게임동아)
애플 로고(자료출처-게임동아)

중국과 비즈니스를 해야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즈의 오만 알 옴란(Oman Al Omran) 기자는 트위터에서 "중국 시장을 중시하는 모든 기업들이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사들 또한 이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스마일게이트(의장 권혁빈)와 넥슨코리아(대표 이정헌)가 중국을 자극할 수 없는 회사로 손꼽힌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라는 대 중국 수익원을 확보한 두 게임사들 역시 홍콩사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한 중국 판호 개방시 중국 진출을 기대할 수 있는 펄어비스(검은사막), 엔씨소프트(리니지 시리즈) 등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홍콩 사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라이엇게임즈'는 홍콩 사태에 침묵할 수 밖에 없는 회사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윤장원 동명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것이 상책이다."라면서도 "블리자드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모든 의견이 소중하다' 등의 식으로 포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밝혀왔다면 덜 비난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놨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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