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년만에 한국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왜?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0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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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정기관 과징금 도입 요구…"불법 어업 이익금 환수하라"
불법 어업 과징금 조항 담긴 '원산법 개정안' 국회 상임위 계류
해수부 "원산번 개정되면 2021년 이전, 지정 해제하기로 합의"

미국이 한국을 예비 ‘불법·비보고·비규제(IUU·Illegal·Unreported·Unregulated) 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앞서 2013년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받은 이후 2번째다.

미국 상무부 산하 해양대기청(NOAA)은 20일 2019년도 ‘국제어업관리 개선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예비 불법 어업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예비 IUU 지정국을 상대로 개별 협의를 진행한 뒤 적절한 개선 조치가 시행되지 않으면 해당 국적선의 미국 항구 입항 및 대미 수출 금지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번 미국의 예비 IUU 어업국 지정으로 인해 한국은 ‘불법 어업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현재 과징금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기 위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고, 해당 불법 어업 선박의 조업 배제 등 원양어선들의 불법 어업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감안할 때 미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제재는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원산법이 통과되면 예비 IUU 어업국 지정 해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 2013년 11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됐다, 불법조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뒤 2015년 5월 해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난 2017년 12월 한국 원양선박 2척이 남극수역에서 불법 조업에 나서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2017년 12월2일 ‘홍진701호’와 ‘서던오션호’는 남극수역에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의 어장폐쇄통보를 확인하지 않고 조업해 보존조치 위반으로 적발됐다.

홍진701호는 통신업체 서버에 스팸메일로 분류돼 어장폐쇄 통보를 받지 못해 2일간, 서던오션호는 선장이 어장폐쇄 통보 메일을 확인하고도 3일간 불법 조업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즉시 2선박에 대해 어구회수·어장철수를 명령하고, 12월7일에는 입항항 지정 및 양륙과 전제금지 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어 2018년 1월8일 문제선박 2척을 불법어업 혐의로 해경에 수사의뢰했다. 이 같은 사실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사무국과 회원국에 회람했다.

해경은 홍진701호에 대해 무혐의 판단으로 불입건하고, 서던오션호는 지난 2018년 7월24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해수부는 해경의 수사결과에 따라 서던오션호에 60일 영업정지와 선장에 대한 60일 해기사면허 정지를, 무혐의 처분을 받은 홍진701호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기소된 서던오션호는 같은해 12월26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해수부는 서던오션호에 대한 법원의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기 전인 10월21일부터 개최된 남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연례회의에서 한국 당국의 조사 진행 상황과 유죄판결이 확정 이후 불법어획물 가치를 크게 웃도는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설명했다. 당시 회원국들은 한국이 법적으로 벌칙조항을 두고 있지만, 위반자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행정·민사적 처벌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올해 3월15일 한국의 사건조사 결과와 불법 어획물 처리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재도개선 진행상황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다. 또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에서 규정한 ‘이빨고기(메로) 어획증명제도’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한 절차가 마련됐는지도 물었다.

IUU 어업근절을 위해 2차례 개정된 현행 원양산업발전법의 징역, 벌금, 몰수 등 처벌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불법어획물이 유통되는 등 불법어업 선주가 결과적으로 이득을 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문제 선박들을 2019~2020년 어기 남극수역 조업을 배제했다. 소속선사에 불법어업으로 인한 부당이득(약 9억4000만원) 대비 8배 이상의 불이익(약 79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어획증명제도 이행에 관한 고시를 제정했다. 불법 어획물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불법 의심 이빨고기에 대한 어획증명서 발급거부 사유를 12가지로 구체화하고, 어획증명서를 받지 못한 어획물은 시장에 유통시키지 못하도록 했다. 또 불법의심 어획물을 압류나 공매하는데 필요한 특별 검증 어획증명서 발급제도를 신설해 정부가 처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빨고기 수출 시 수출증명서 발급을 의무화했다.

특히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인 ‘추가적인 행정처분’인 과징금 제도(행정벌)를 도입하기 위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법률안이 현재 국회 상임위에 상정돼 있다.

원양산업발전법은 2013년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예비 IUU어업국 지정 이후 2차례 개정을 통해 형사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됐다. 기존 500만원 불과했던 과태료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산물 가액의 5배와 5억원 이상 10억원 이하 중 높은 금액의 벌금형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미국이 추가적인 행정조치인 과징금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을 받는 단계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원양산업발전법상 규정된 징역, 벌금형이 집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불법어업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행정기관이 미리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했다.

오운열 해양정책실장은 “이번 개정안에는 위반정도가 심각한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도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며 “법안이 개정되면 선사가 불법어업으로 발생한 부당이득을 취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사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지난 22일 미국 해양대기청과 협의를 진행했다. 해양대기청은 한국을 예비 IUU 어업국을 지정하지만, 원양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 차기 보고서가 제출되는 2021년 이전에 조기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통상 예비 IUU 어업국 지정 해제는 지정 후 2년이 지난 이후부터 해제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비해 이례적이다.

당시 협의 과정에서 미국은 의회 보고서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재건조치 이행사항 대한 평가를 거친 뒤 예비 IUU 어업국 지정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의회 보고서 시점의 차이(This is matter of timing)로 불가피하게 IUU 조업국으로 예비 지정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회 보고서 제출 전까지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이 끝나야 개선조치의 적정성을 분석·평가해 지정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완료된 개선조치 사항이 있고, 연내 원양산업발전법 개정 의지를 밝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위원장(황주홍)의 서한을 통해 한국 정부 및 국회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통상 예비 IUU 어업국 지정 2년 경과 후 2021년에 지정을 해제하나, 법이 개정되면 2021년 이전에 지정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예비 IUU 어업국 지정 후 미국과 2년간 개선조치 협의기간 중 한국 국적 어선이 미국 항만 입항이 거부되거나 수산물 수입이 금지되는 등 제재가 없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다만, 2년 후 부적격 판정이 날 경우 미국의 재량에 따라 항만 입항 거부 등 제재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해수부는 예비 IUU 어업국 지정의 조기 해체를 위해 이달 원양업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불법어업 선박의 선장·선사에 대한 정부의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준법 어업을 위한 업계차원의 개선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 원양산업 발전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조업감시센터(FMC)의 해외 조업선박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우리나라가 쿼터를 할당받는 8개 국제수산기구와 실시간 감시 정보를 교환한다.

아울러 IUU 어업 근절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개최되는 한-EU 정례 회의체와 같은 한-미(해양대기청 내 수산청·National Marine Fisheries Service) 정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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