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을이 될수록 친구가 필요해…좋은 친구의 8가지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0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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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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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타 한 줄과 세 손가락 건반 코드로 전주가 시작됩니다. 한 겹씩 화음이 쌓이더니 갑자기 ‘꽈광’하고 관악기 세션이 들어와 음계는 끝없는 우주로 팽창됩니다. 단 8마디 만에 일어나는 기적이죠. 모리스 화이트가 요란한 옷을 입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다가 짝다리를 짚고 침을 뱉듯 “Do you remember?(기억하나요?)” 묻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노래의 시작이죠. AFKN ‘솔 트레인’에서 흑백으로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의 전율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냥 디스코가 아니라 환상적인 예술이었으니까요. 비지스가 주연했던, 엉망진창이었던 영화 ‘서전 페퍼스 로운리 하트 클럽 밴드’에서 ‘갓 투 겟츄 인투 마이 라이프(Got to get you into my life)’로 유일하게 창의적인 리메이크를 들려주셨던 일명 ‘지풍화(地風火)악단’ 형님들의 또 하나의 명작이었죠.

가식을 던져버리고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영혼의 울림에 따라 노래했던 9월 21일의 밤을 기억하냐는 상투적인 노랫말은 매력적이고 정확하게 붓점을 살리는 탁월한 연주의 축복 때문에 별로 흠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곧 필립 베일리의 천사 같은 고음의 가성이 나오니까요. 가사는 “바디야, 어쩌구 저쩌구”인데 아무런 뜻도 없는, 그냥 리듬을 타는 지껄임이죠.

이 노래는 분명한 의도와 계획을 세우고 만들어진 ‘스튜디오 노래’, 여러 조각을 모아 짜깁기 한 노래입니다. 노래를 만드는데 한 달이 걸렸다고 하죠. 따로 있던 존재들이 서로에게 잘 어울리는 짝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뜻 없는 “바디야”를 의미가 있는 가사로 대체하려 했지만, 그 리듬을 살릴 수 있는 가사를 찾을 수 없었답니다. ‘21일’도 그냥 리듬에 가장 잘 맞아서 21일이 됐던 것처럼 말이죠. 제 아이들도 영화 ‘언터처블’ 때문에 이 노래를 알게 됐는데 기억나는 부분을 물어보니 “바디어, 어쩌고저쩌고~!”라고 하더군요. 인간에게는 논리와 사고보다는 감각과 감정이 우선입니다.

상위 1%와 하위 1%의 두 사람이 만나 우정을 나누는 영화 언터처블에서처럼 진정한 우정도 결국 감각과 감정에서 비롯됩니다. 서로 비슷하다,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동등한 관계라는 믿음을 주고, 함께 나누는 긍정적인 경험들이 마음의 방어벽을 허물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친구를 얻으려면 먼저 나 자신이 선한 사람이 돼야한다”고 했습니다. 좋은 친구를 얻으려면 상대방의 자질도 평가해야 하지만 나도 친구가 지녀야 할 자질을 갖춰야 하죠. 우정과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니까요. 내가 좋은 친구의 조건을 가졌는지 확인해보죠. ①상대방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능력 ②정직함과 성실함 ③삶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감 ④보편적 인간에 대한 신뢰와 상대방을 이해하고 도우려는 연민 ⑤감정 표현의 자유로움 ⑥편견과 고정관념을 떨치려는 노력 ⑦온정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 ⑧유머와 웃음.

인간의 행복은 결국 감정의 경험으로 얻어지고 그 경험 대부분은 관계에서 옵니다. 부부의 사랑도 긴 시간을 거치며 우정과 닮아가죠. 삶의 가을이 될수록 친구가 필요하지만 찾기는 더 힘들어집니다. 결국, 친구는 나의 작품이죠. 그리고 친구로 인해 세상이 아름답고 살 만해지는 것이죠. 사실 절친한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던 저로서는 이 부분에서 말할 자격은 없지만…….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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