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딸이 먹었다…‘대한제국 국빈 연회상’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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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0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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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하고 며칠 후에 궁궐 내 유럽식으로 꾸민 장소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중략) 우린 황실 문양으로 장식한 조선 접시와 그릇에 담긴 조선 음식을 먹었다.”(앨리스 자서전 ‘혼잡의 시간들’, 1934)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는 1905년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와 오찬을 가졌다.

이날 오찬 식단은 모두 한식이었다. 열구자탕(신선로), 골동면(비빔국수), 수어증(숭어찜), 편육, 전유어(생선전), 약식, 정과 등 17가지 요리와 3가지 장류(총 20가지)로 구성됐다.

이는 1902년 임인진연(고종의 51세 되는 해를 기념한 진연례)이나 고종과 순종의 탄일상에 올렸던 음식의 구성과 동일하다.

이 메뉴는 앨리스의 자서전 ‘혼잡의 시간들’과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이 소장한 대한제국 황실 오찬 식단 기록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자료는 대한제국의 외국인 참석 연회에서 서양식 코스요리가 제공됐다고 알려진 견해를 뒤집는 것으로, 황제가 여성과 공식적으로 처음 식사한 자리였다는 기록도 남아있어 사료적 가치도 크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소장 김동영)는 문헌기록을 토대로 대한제국 황제의 상차림 변화상과 대한제국이 지향한 근대의 모습을 조명하고자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 특별전은 오는 21일부터 11월24일까지 서울 중구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제가 주최하고 참석한 경우에 제공된 음식은 한식이었다는 점과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내세운 구본신참(옛것을 유지하며 새것을 받아들임)의 개혁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한제국 국빈 연회 상차림이 공개된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방문한 국빈을 위해 준비했던 오찬의 메뉴판(食單)이 최초 공개된다. 또한 고종의 탄일상에 올린 음식을 기록한 발기(發記), 손탁의 서명이 있는 동의서, 황실 연회 초청장, 고종이 앨리스 루스벨트에게 하사한 고종과 순종의 어사진, 이화문 그릇 등도 최초로 공개된다.

또한 전통 연회에서 황제에게 진상한 음식과 황제가 외국 국빈에게 대접한 연회 음식을 유물과 사진, 문헌기록 등을 참고해 고증을 거쳐 재현하고 전 과정을 촬영한 영상물도 상영한다.

궁중음식연구원(전통 연회 상차림 재현)과 신세계조선호텔(국빈 연회 음식 재현)이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전시 내용의 이해를 돕는 연계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28일부터 11월9일까지 매주 화요일(외국인)과 토요일(일반성인) 참가비 3만원을 내면 대한제국 국빈 연회 음식을 만들어 보는 요리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과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강사로 나서는 대한제국기 식문화에 대한 특별 강연은 10월4일과 11일 오후 7~9시에 2차례 열린다.

덕수궁관리소 관계자는 “국빈 연회 음식 재현 영상을 상설 전시물로 활용해 더 많은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역사의 격동기에 자주독립의 의지를 잃지 않았던 대한제국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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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고종이 앨리스 루스벨트에게 대접한 연회 음식을 고증을 통해 재현한 모습.(신세계조선호텔 조리부 재현, 문화재청 제공) © 뉴스1

1905년 고종이 앨리스 루스벨트에게 대접한 연회 음식을 고증을 통해 재현한 모습.(신세계조선호텔 조리부 재현, 문화재청 제공) © 뉴스1

앨리스 루스벨트 자서전.(문화재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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