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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도 없는데 감염되면 어쩌나” 돼지사육 농가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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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도 없는데 감염되면 어쩌나” 돼지사육 농가들 발동동

세종=송충현 기자 , 파주=김소영 기자 입력 2019-09-18 03:00수정 2019-09-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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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비상]발병농장 주인-외국인 노동자 4명
최근 해외 다녀온 적 없고 주된 전염요인인 잔반도 안먹여
올해 5월 북한서 돼지열병 확진… 한강따라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도
돼지열병 잠복기 평균 4∼7일… 초기방역 실패땐 근절까지 최소 5년
“23년간 돼지를 길렀어요. 자식 같은 녀석들을 묻는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 S양돈장의 농장주 채모 씨(59)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채 씨는 이날 S양돈장이 방역 조치로 폐쇄된 탓에 농장으로부터 400m 떨어진 자택에서 돼지 수천 마리가 땅에 묻히는 걸 지켜봐야 했다.

이날 방역당국은 S양돈장 바로 뒤 공터에 펜스를 친 뒤 굴착기 2대와 용역 인원 30명을 투입해 구덩이를 파 돼지를 묻었다. S양돈장 돼지 2450마리와 농장주가 운영 중인 다른 양돈장의 돼지까지 모두 도살 처분했다. 그는 “그동안 출입차량 소독도 하고 매일 농장 소독도 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 당황스럽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채 씨가 운영해 온 돼지농장의 돼지 3950마리를 모두 도살 처분했다. S양돈장의 2450마리, 파평면 농장의 1000마리, 채 씨 부인 소유의 법원읍 농장 500마리 등이다.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농장주가 길러왔던 모든 돼지가 땅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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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는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됐다.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여겨졌지만 1957년 포르투갈에서 발병하며 유럽으로 넘어왔고 지난해 8월 중국에 상륙했다. 이후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북한 등 아시아 지역을 휩쓴 뒤 한국까지 도달했다.

ASF는 멧돼지와 사육돼지 등 멧돼짓과 동물에 의해 전염된다. 바이러스가 섞인 돼지의 침, 콧물, 오줌, 분변, 혈액 등이 주요 매개다. 살아있는 돼지는 물론이고 죽은 돼지고기로도 감염된다. 감염된 돼지를 충분히 가열하지 않고 조리한 잔반을 돼지 밥으로 줬을 때도 전염된다.

섭씨 70도로 30분간 가열하면 사라지지만 냉동된 고기에서조차 최장 1000일까지 살아남을 만큼 생존력이 강하다. 사람은 감염되지 않지만 바이러스가 묻은 차량이나 사료, 도구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된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 양돈농장의 감염 경로가 아직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농장에 멧돼지 침입방지 울타리가 쳐져 있고 농장 주인과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해외에 나간 적이 없어 당국은 감염 원인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적은 ASF가 발생하지 않은 네팔로 전해졌다.

공항서도 돼지열병 검역 강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서 발생한 가운데 17일 중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휴대품 검역이 이뤄지고 있다. 소시지 만두 육포 등 축산물은 국내 반입이 제한된다.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농식품부는 5월 30일 중국과 접한 북한 자강도에서 ASF가 발견된 뒤 파주시를 포함해 인천 강화군 옹진군 등 14개 북한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방역과 혈청검사를 진행했지만 당시엔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추석을 맞아 농장에 다른 가족들이 오갔을 가능성이 있고 한강 하구와 농가가 불과 2, 3km 떨어져 있어 당국은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 중이다.

ASF는 초기 일주일 방역에 실패하면 근절까지 최소 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으면 방역 효과가 떨어져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어렵다. 이미 경기 연천군에서도 의심 사례가 신고돼 경기 북부 방어선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SF 확진 판정까지는 약 12시간이 소요된다. 일각에선 이달 초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으로 북한에서 서식하던 감염 멧돼지가 한강으로 떠내려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감염 경로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인근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파평면에서 32년째 돼지를 키우고 있는 A 씨는 “(ASF) 발병 소식을 듣고 황당하고 눈앞이 캄캄했다”며 “우리에게 양돈장은 삶 그 자체인데 우리 농장으로 옮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양돈 시장 규모는 생산액 기준으로 연 7조 원(2017년 기준)에 이른다. ASF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전체 사육 마릿수 1000만 마리 중 10%인 100만 마리가 도살 처분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사료 소비 감소 등으로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 앞서 2010년 구제역 발발로 2조7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ASF의 잠복기가 최대 20일 정도지만 4∼7일의 잠복기가 가장 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양돈농가라 해도 일주일 내에 추가로 ASF가 발견될 수 있는 만큼 전국 6300여 농가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일주일간 경기도에서 다른 시도로 돼지를 반출하는 것도 금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에서 키우는 돼지에게서 발열 증상이 발견되면 당국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파주=김소영 기자

#돼지열병#돼지사육 농가#경기 파주시 양돈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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