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갔다고 감옥 가다니”…이란 여성, 분신 ‘극단선택’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1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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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이유로 축구장 출입을 거부당한 이란 여성이 분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10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이 여성은 지난 3월 축구장에 몰래 들어가려다 체포돼 재판을 받던 중 분신을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사하르 호다야리(29)는 지난주 재판을 앞두고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곤 법원 밖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호다야리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전날 결국 숨을 거뒀다.

이란 축구팀 에스테그랄의 열성팬이었던 호다야리는 3월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 남장을 한 채 몰래 입장하려다가 경찰에게 적발돼 구속됐다. 이란에서는 이슬람 혁명 직후인 1981년부터 여성의 경기장 입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에게 히잡을 쓰지 않고 공개석상에 나타났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양극성 장애(조율증)를 앓고 있던 호다야리는 수감생활 동안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다야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여성단체는 여성들의 자유로운 축구 관전 허용을 촉구했고 국제기구들도 애도를 표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하르의 비극적인 체포와 감금, 분신 시도는 이란이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여성 금지 정책을 끝내야 할 필요성과 국제축구연맹(FIFA)가 인권 규칙을 시행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FIFA도 이날 성명을 통해 “사하르의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이란 여성들의 경기장 출입 금지를 끝내기 위해 이란 당국에 모든 여성들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AS 로마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AS로마의 상징색은 노란색과 빨간색이지만 오늘 우리의 심장은 파란색(호다야리가 생전에 응원한 축구팀 에스테그랄의 상징색)으로 물들었다”면서 “아름다운 경기는 분열이 아닌 단결을 위한 것이다. 이제 이란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할 때다”고 적었다.

국제 축구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란 체육당국은 다음 달 열릴 2022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전부터 여성들의 관람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반대하고 있어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란 정부는 이날 사하르의 죽음에 대한 CNN의 논평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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