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하면 배터리 정책까지 연결…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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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의혹 파문 확산]조국 5촌조카-투자사 대표 통화

1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소유주 조모 씨와 코링크PE의 투자사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의 통화 녹취록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두 사람의 긴박한 대화가 담겨 있었다. 지난달 24일 필리핀에서 인터넷전화로 최 대표에게 전화를 건 조 씨는 5촌 당숙인 조 장관을 보호하기 위해 최 대표를 계속 회유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조국 일가 투자금 운용 내역 논의


조 씨와 최 대표의 대화에는 웰스씨앤티가 투자받은 자금의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곳곳에 등장한다. 웰스씨앤티는 2017년 8월 코링크PE가 조 장관 부인과 친인척 등의 자금을 받아 조성한 ‘블루코어 밸류업 1호 펀드(블루펀드)’로부터 13억8000만 원, 코링크PE 자체 자금 10억 원 등 총 23억8000만 원을 투자받았다. 이 투자금 중 13억 원은 코링크PE의 또 다른 투자사 익성의 자회사인 아이에프엠(IFM)에 들어갔다. IFM은 배터리 신소재 연구, 음극재 사업 등을 하는 회사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대표는 “결국 통장이나 모든 걸 오픈해야 하는 시점이 올 텐데,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그게 제일 클린하다”며 IFM으로 흘러간 자금 흐름을 일부 공개하려는 뜻을 내비친다. 하지만 조 씨는 최 대표를 강하게 저지한다. 조 장관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일 때, 가족의 투자금이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신사업에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외부에 보이는 게 부적절하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씨는 “(웰스씨앤티가) IFM에 투자가 들어갔다고 하면 (정부의) 배터리 육성 정책에 맞물려 들어간다”며 “그래서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배터리 육성 정책에 (투자)한 거 아니냐, 완전히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부 다 이해충돌의 문제가 생긴다”고도 언급했다.

조 씨는 자금 흐름을 감추자는 요청에 최 대표가 순순히 응하지 않자 “이러면 나중에 약을 먹고 죽든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하는 등 최 대표를 절박하게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블루펀드와 코링크PE에서 웰스씨앤티에 투자한 돈의 일부가 IFM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익성으로 흘러들어간 정황도 포착됐다. 최 대표는 조 씨에게 “익성의 이모 회장에게 (웰스씨앤티에 들어온 돈) 7억3000만 원을 주지 않았느냐”며 “차용증을 만들어놓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조 씨는 “코링크가 익성에 투자를 했었고, 이게 또 문제가 될 것 같다”며 거절한다. 녹취록에는 문제의 돈이 익성을 거쳐 아파트 시행사로 간 것으로 나온다. 익성의 이모 부사장은 조 씨와 코링크PE의 각종 사업 밑그림을 함께 그렸던 ‘조력자’로 이번 사태 후 함께 해외에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 씨 아저씨(조국 장관)에게 해(害) 가면 안 돼”


조 씨가 해외 도피 중에도 조 장관을 보호하기 위해 최 대표를 회유하고 압박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조 씨는 최 대표에게 웰스씨앤티 관련 자금 흐름을 다르게 말해 달라고 부탁하며 “웰스씨앤티 입장에서 소명하면 편하겠지만 같이 죽는 케이스다. 정말 조 후보자가 같이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연결되고 WFM까지”라고 말했다. 이후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거론되던 최 대표에게 “내일 저녁까지 모든 게 픽스(결정), 청문회에서 답할 거 내일 저녁까지 픽스”라고 조급하게 재촉했다. 최 대표가 “조 씨 아저씨(조국)한테 해가 안 가야 하는 게 중점이냐”고 묻자 조 씨는 “그니까”라고 호응했다.

조 씨는 또 “(이렇게 코링크 투자사 간 자금 흐름이 오픈되면) WFM이고 IFM이고, 익성이고 웰스씨앤티고 코링크고 간에 전부 검찰 수사 제발 해달라는 얘기로 (조 장관의) 낙마는 당연해진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한편 최 대표는 나중에 “내가 알지도 못하는 조국 선생 때문에 왜 이 낭패를 당하고… (5촌 조카) 조 대표와의 그간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작업을 하는 건데…”라며 하소연도 했다.

앞서 인사청문회 등에서 조 장관은 사모펀드의 투자처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조 장관은 코링크PE와 사모펀드에 대해선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이건혁·남건우 기자

#조국 일가 의혹#코링크pe#사모펀드#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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