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일본군 위안부상 설치 직전 ‘실종’…당국 압력 받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6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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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사관 앞에 있다가 2018년 4월 당국에 의해 철거
성당 앞 재설치 앞두고 동상 사라져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한 성당에 건립될 예정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동상이 설치 직전 감쪽같이 사라져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및 일간 마닐라신문 등에 따르면, 마닐라에 위치한 배클라란 성당에서는 전날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

기념비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에 의한 성노예와 폭력의 피해자들을 기억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당초 이 제막식에서는 위안부 동상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동상 없이 기념비만 공개됐다. 동상이 설치 직전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동상 제작자는 설치 직전 “동상이 없어졌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작자는 최근 동상 설치에 대해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등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필리핀 여성단체 등은 필리핀 당국의 압력 등으로 제작자가 동상을 공개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사라진 동상은 2m 높이로, 두 눈이 가려진 필리핀 여성의 모습을 본뜬 형태다. 2017년 12월 마닐라만 산책로에 세워졌다가 지난해 4월 철거된 것과 같은 모양으로 알려졌다.

당시 필리핀 정부 기관인 국가역사위원회는 필리핀 화교단체의 요청으로 필리핀 주재 일본대사관에서 약 2㎞떨어진 마닐라만 산책길에 위안부 동상을 설치했다.

그러나 건립 직후부터 일본 정부는 “일본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라고 거듭 항의했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당시 총무상 및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자민당 총재 외교특보 등은 필리핀을 방문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위안보 동상 설치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며 압박했다.

이에 동상은 설치 5개월 만인 2018년 4월 마닐라시 당국에 의해 철거됐다. 당시 시 당국자는 필리핀 언론에 하수도 개량 사업을 위해 위안부상을 철거했다고 밝혔으며, 조만간 위안부상은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철거 1년이 넘도록 위안부 동상은 원위치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필리핀 위안부 지원단체 등이 배클라란 성당에 동상 설치를 요청했고 성당 측이 동의하면서 재건립이 추진됐으나, 이마저도 설치 직전 동상이 실종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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