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못 꼽는다, 린드블럼의 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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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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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평균자책점 등 5관왕 눈앞… 10구단 체제 이후 최고기록 수두룩
풀타임 선발 사상 첫 9할 승률도 지금 같은 페이스면 충분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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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타저 시즌이라 많은 투수가 덕을 볼 거라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린드블럼(32·두산·사진) 세상이라도 된 듯하다. 시즌 20승에 1승만 남겨둔 린드블럼은 다승뿐 아니라 평균자책점(2.03), 승률(0.950), 탈삼진(152개), 이닝(155),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0.96) 등 투수의 각종 기록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호투의 비결은 자신의 구종을 한껏 예리하게 다듬은 데 있다. 패스트볼뿐 아니라 슬라이더, 스플리터, 싱커 등 여러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올 시즌 린드블럼표 슬라이더의 경우 단순히 휘는 변화구가 아니라 상대 타자의 좌우코너를 자유롭게 파고드는 까다로운 공이 됐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투구 패턴, 구속이 KBO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크게 바뀐 건 없다. 다만 슬라이더 등 린드블럼이 활용하는 구종이 전체적으로 날카로워졌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통산 40%대의 헛스윙률을 기록했던 린드블럼의 슬라이더는 올해 50.7%(프로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까지 치솟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이 됐다. 마구에 가까워진 슬라이더를 6월 14일 LG전에서 KBO리그에 데뷔한 2015년 이후 역대 최다인 47.2%(108구 중 51구)나 구사하기도 했다. 또한 선수로서 한창 물 오른 30대 초반, KBO리그 5년 차에 접어든 린드블럼의 타자 요리법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무르익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린드블럼의 기록들은 10구단 체제가 자리 잡은 2015년 이후 최고를 바라보고 있다. 팀당 144경기씩 치른 2015년 이후 최다승은 2016시즌 당시 두산 니퍼트가 기록한 22승이다. 2007년 당시 두산 리오스가 기록한 외국인 최다승과 타이 기록. 앞으로 5, 6차례 선발등판이 남은 린드블럼이 3승 이상을 거둔다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서갈 수 있다. 평균자책점, 승률, WHIP 부문 모두는 린드블럼이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최고를 바라볼 수 있다. 탈삼진 또한 경기당 6.3개의 삼진을 뽑아낸 린드블럼이 가장 최근 등판인 롯데전(탈삼진 10개)에서와 같은 모습을 간간이 보여준다면 지난해 한화 외국인 투수 샘슨의 195개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 올 시즌 152개의 탈삼진을 뽑아낸 린드블럼이 앞으로 43개 이상의 삼진을 잡으면 된다.

18일 ‘안방 16연승’으로 KBO리그 역대 최다 홈 연승 기록을 세운 린드블럼이 넘볼 수 있는 최초 기록은 또 있다. 선발투수 최고 승률. 현재 0.950으로 등판하면 대부분 승리하는 린드블럼이 시즌 끝까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풀타임 선발 사상 첫 ‘승률 90%대’ 기록이 나온다. 시즌 내내 선발로 활약한 투수 기준으로 역대 최고 기록은 2003년 정민태(당시 현대)의 0.895(17승 2패)다. 2015년 이후에는 니퍼트가 기록한 0.880(22승 3패). 린드블럼의 ‘만화 같은’ 시즌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린드블럼#kbo리그#프로야구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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