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인치항”… 직선제-자치권 확대 요구로 진화한 홍콩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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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일째… 우산혁명 74일 돌파 초읽기
범죄인 인도법 반대서 反中시위로… 홍콩반환후 ‘중국화 공포’가 촉발
행정장관-입법회 직접선거 요구
中 일국양제 위기… 사태해결 골머리

“우리는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보호하는 예전의 평화로운 홍콩으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18일 홍콩 현지 시위 현장. 이름을 내털리라고만 밝힌 홍콩 여성은 본보에 이렇게 호소했다. 홍콩의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가 올해 6월 9일 100만 명 참가로 본격화된 이후 19일로 71일째를 맞았다. 2014년의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이 지속된 74일 기록 돌파는 시간문제다. 내털리 씨의 바람과 달리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어떤 식으로 끝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22년간 가속화된 ‘중국화’에 대한 공포가 시위를 통해 폭발하고 사회 분위기를 송두리째 바꾸면서 홍콩에 적용해온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한다. 홍콩 사태는 이제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떠올랐다. 주말 시위가 충돌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고 중국 정부가 대응하고 나서면서 미중 갈등 전선도 복잡해지고 있다.

○ 민주주의 확대 요구로 새 국면


시위의 과격화 및 경찰과의 충돌이 몇 주째 이어지면서 중국의 무력 개입 위협으로 수세에 몰렸던 시위대는 18일 170만 명이 참가한 시위를 평화롭게 끝내면서 새로운 동력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 20대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된 시위대는 학교가 개학하는 다음 달 2일부터 집단 수업거부를 예고했다. 여전히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셈이다.

18일 시위를 주도한 홍콩 민간인권진선(陣線)은 31일에도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31일은 5년 전인 2014년 보통(직접) 선거안이 부결된 날이다. 민주 보통선거를 이행하고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은 홍콩 사람이 다스린다)을 진짜 실천해야 비로소 홍콩이 현재의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은 현재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8일 시위대도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국회인 입법회 의원의 두 가지 직접선거 도입을 요구했다. 6월 홍콩인을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반중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고 더 나아가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권 확대 요구로 진화하고 있다.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그 성격 자체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선전을 홍콩 대체 도시로” 압박


중국은 170만 명의 시위가 한창이던 18일 오후 홍콩과 맞닿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를 글로벌 금융 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선전시를 홍콩의 금융 허브 기능을 대체하는 도시로 육성해 홍콩의 위상을 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가 무력 개입 경고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홍콩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이날 선전시를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행 시범구’로 지정하고 광범한 개혁 조치를 통해 20세기 중엽까지 글로벌 벤치마크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글로벌 기업의 본사, 지사 설립을 장려하고 해외와 홍콩의 인재를 유치하는 등 홍콩을 겨냥한 조치들이 두드러졌다.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홍콩 대신 선전을 ‘중국식 사회주의의 홍콩’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마카오 광둥성을 연결하는 거대 단일 경제권인 “웨강아오(粵港澳) 다완취(大灣區·Great Bay Area) 개발 계획에서 홍콩을 소외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홍콩=권오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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