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했는데…” DLS 투자자들 손실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9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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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만기 돼서 은행에 갔다가,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가장 안전한 상품이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소화도 안 되고 눈물만 납니다.”

“항의하러 지점에 갔다가 같은 처지인 고령 투자자 수십 명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위험한 상품을 고령 투자자 분들께 판매할 수 있습니까?” (파생상품 피해자 단체 채팅방)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진 해외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와 파생결합펀드(DLF)에 개인 투자자 3600여 명의 돈 7300억여 원이 물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 수준의 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1차 실태 조사를 마친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해당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와 판매 주체인 은행을 상대로 ‘집중 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조직직으로 이뤄졌는지 상품 설계에서부터 판매까지 샅샅이 들여보겠다”라고 밝혔다.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7일 기준 국내 금융사들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판매 잔액은 총 8224억 원에 달했다. 해당 상품들은 독일 국채 10년물이나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등 해외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상품만기 시점에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투자자들은 원금과 함께 연 3¤5%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금리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리스크’가 결코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해당 상품을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대상으로 사모(私募) 형태로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은행 판매규모가 전체 판매액의 99.1%(8150억 원)나 된다. 우리은행(4012억 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고 KEB하나은행(3876억 원), 국민은행(262억 원)의 판매액이 뒤를 이었다. 증권사에서는 74억 원 어치가 팔렸다. 유안타증권(50억 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 원), NH투자증권(11억 원)의 차례였다. 투자자의 95% 이상인 3654명이 개인이었다. 은행 창구를 통해 가입한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 투자 금액은 7326억 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89.1%를 차지했다. 리스크 관리에 밝은 편인 법인(188사) 투자액은 898억 원 수준이었다.

손실 규모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DLF 상품은 판매 잔액(1266억 원)이 전액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현 수준인 ―7% 수준을 지속하면 투자자들은 원금의 95.1%인 1204억 원을 날리게 된다. 영국과 미국 통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F 상품도 판매 잔액 6958억 원의 85.8%(5973억 원)가 손실 구간에 있다. 만기 시 예상 손실금액은 3354억 원(56.2%)에 이른다.

금감원은 판매규모가 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다른 은행에서는 위험성이 지적돼 논란이 된 상품을 왜 계속해서 판매했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해외 금리 연계형 DLF를 판매했던 IBK기업은행은 금리 변동성이 심해지자 올 초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해당 상품의 높은 위험성 때문에 이를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금감원에는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이 29건 접수됐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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