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빗줄기 속 머리 희끗한 일본인이 나눠준 성명서에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5일 2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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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 1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가 열린 이곳에서 머리가 희끗한 한 남성이 비옷을 입은 채 성명서를 나눠주고 있었다. A4 용지 2장은 한국어로, 2장은 일본어로 된 성명서였는데 ‘아베 정권의 한국 적대정책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성명서 배포자는 일본인 무라야마 도시오 씨(66)였다. 3년 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그는 일본인 일행 3명과 함께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무라야마 씨는 또 “광복절은 일본이 다시는 범죄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날이라 생각해 집회에 참가했다”며 “일본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일본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서는 일본인 참가자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에 참가한 오다가와 요시카스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 의장은 “한국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무역문제를 끌어들여 강경 자세를 취하는 일본정부는 비상식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8·15 평화 손잡기 시민대행진’에도 일본인들이 동참했다. 광복절을 맞아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 현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아일랜드인 제임스 씨(30)는 “아일랜드도 영국에 지배를 당한 역사가 있다”며 “한국에서 광복절이 어떤 의미인지 한국인 친구에게 듣고 여기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오후 2시 반부터 서울시청 인근에서는 보수단체의 ‘8·15 태극기 연합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우리공화당과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문재인은 퇴진하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아베규탄 범국민 촛불대회’ 참가자들은 ‘No 아베’와 ‘한일군사협정 폐기하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8·15 태극기 연합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 쪽으로 행진하면서 양측이 2차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소리를 지르며 맞서기도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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