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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신기술, 성공 뒤가 더 중요” 여서정 “오빠 농담에 중압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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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신기술, 성공 뒤가 더 중요” 여서정 “오빠 농담에 중압감 줄어”

진천=정윤철 기자 입력 2019-07-24 03:00수정 2019-07-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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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1년 앞으로] 체조 메달 노리는 양학선-여서정
양학선(왼쪽)과 여서정이 진천선수촌 체조장에 놓인 뜀틀 위에 앉아 등으로 서로를 밀며 장난을 치고 있다. 한국 체조의 ‘대들보’ 양학선과 ‘샛별’ 여서정은 2020 도쿄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하루 6시간씩 맹훈련을 소화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진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오∼ 이것 봐라. 밀리지를 않네.”

“오빠가 힘을 안 준 거잖아요. 그만 놀려요!”

뜀틀에 앉아 등을 맞대고 서로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둘의 모습은 장난기 많은 오누이 같다. 그러나 훈련이 시작되면 웃음기가 사라진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쏜살같이 달려와 뜀틀을 짚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기술이 성공하면 “좋아”라는 환호가, 착지가 불안하면 탄식이 나온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 올림픽 메달을 향해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 체조의 기대주 여서정(17)과 양학선(27)이다.

여자 뜀틀 ‘샛별’ 여서정은 고난도 기술 장착을 통해 한국 여자 체조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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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달 코리아컵 제주 국제체조대회에서 신기술 ‘여서정’(뜀틀을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 바퀴 회전)을 1차 시기에서 성공시키며 우승했다. 이 기술은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정집에 난도 6.2점으로 등록됐다. 여서정은 ‘여1’ ‘여2’ 기술을 개발한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48·1996 애틀랜타 올림픽 뜀틀 은메달리스트)와 함께 부녀가 FIG 채점 규정집에 고유 기술을 등록했다.

여서정은 “신기술을 연습할 때 실수가 많아서 걱정했지만 실전에서 성공한 뒤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2차 시기 기술도 난도를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기존 기술(난도 5.4점)보다 어려운 난도 5.8점짜리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 최강인 시몬 바일스(미국)가 난도 6.4, 5.8점짜리 기술 등을 구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서정이 1, 2차 시기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면 메달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서정의 얘기를 듣던 양학선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서정이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부담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여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학선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신기술 ‘양1’(공중에서 세 바퀴를 옆으로 비틀며 착지하는 기술)을 성공시키며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신기술 성공의 이면에 감춰진 중압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양학선이다. 그는 여서정에게 “신기술 성공은 그날 몸 상태가 최고였다는 것을 뜻한다. 선수들은 ‘중요한 순간에 내가 이 기술을 다시 성공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항상 신체 변화를 면밀히 체크해 컨디션을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학선은 도쿄 올림픽에서 부활을 꿈꾼다. ‘뜀틀의 신’으로 불렸던 그이지만 2014년부터 햄스트링, 아킬레스힘줄 등에 부상이 끊이지 않아 리우 올림픽 출전도 불발됐다. 양학선은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유리몸(부상이 잦은 선수)’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 각종 근육이 잘 찢어지는 내 몸이 ‘육포’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기가 생겨 체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집 앞 편의점 아저씨가 ‘은퇴한 거죠?’라고 매번 물어봤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재활 병원으로 향했다.”

힘겨운 재활을 이겨낸 양학선은 최근 국제대회 3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올림픽 기대감을 높였다. 양학선은 1차 시기에서 양1(난도 6.0점), 2차 시기에서 쓰카하라 트리플(난도 5.6점)을 시도한다. 모두 런던 올림픽 때 사용했던 기술이다. 양학선은 “난도가 더 높은 기술을 시도하기보다 두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형욱 남자대표팀 감독은 “최근 양학선이 참가한 국제 대회는 모두 올림픽 메달 경쟁자들이 참가한 대회였다. 양학선이 착지 안정성 등을 높이면 금메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앞으로 남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야 하지만 무난히 태극마크를 달 것으로 보인다.

여서정에게 양학선은 ‘멘토’ 같은 존재다. 여서정은 “내 별명이 ‘울보’다. 운동이 잘 안 돼서 울기도, 몸이 아파서 울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양학선이 건네는 농담과 조언은 긴장과 부담을 덜어주는 활력소다. 여서정은 “진지한 분위기만 계속되면 불안감이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양학선의) 장난이 긴장을 떨쳐버릴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양학선은 “압박감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서정이도 나도 각자가 처한 상황을 즐기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배의 덕담에 기운을 얻은 여서정에게 올림픽 목표를 물었다. “꿈과 목표는 크게 잡고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진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도쿄올림픽#양학선#여서정#뜀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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