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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도 실제 ‘새벽배송’ 회원? 초고속 성장에 잠 못 드는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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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도 실제 ‘새벽배송’ 회원? 초고속 성장에 잠 못 드는 유통업계

황태훈기자 입력 2019-07-23 15:55수정 2019-07-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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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이튿날 오전 7시까지 집 앞으로 배달하는 ‘새벽배송’이 서민들의 아침 풍경을 바꾸고 있다. 시장 1위 업체 마켓컬리는 매일 오전 전국 산지에서 올라온 야채, 해산물 등 신선식품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창고에서 분류하고, 포장한 뒤 새벽에 각 가정에 배달한다. 15일 밤 기자가 일일 직원이 돼 직접 상품을 분류하고, 차량에 옮긴 뒤 가정에 상품을 배달하는 체험을 해봤다. 상품 배송부터 포장, 새벽길을 질주하며 배달하는 과정들은 매우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른 아침 아파트 출입문 앞에 새 아침을 알리는 신문과 함께 택배상품이 놓여 있는 곳을 발견하는 일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인터넷, 휴대전화 앱 등으로 아침 찬거리 등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아보는 이른바 ‘새벽배송’이 가져온 아침 풍경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첫 선을 보인 2015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4000억 원 규모로 커졌고, 올해는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선도하는 곳이 ‘마켓컬리’이다. 이 회사는 2015년 국내 처음으로 새벽배송을 선보인 이후 회원은 16만 명(2016년 기준)에서 200만 명(2018년)으로 10배가량, 매출은 29억 원(2015년)에서 출 1570억 원으로 무려 50배 이상 늘었다. 그 결과, 올해 4~5월 국내외 투자회사들로부터 135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달 10일에는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돼 100억 원의 정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적자 여부 등 재무성과와 상관없이 예상 매출규모 등을 고려해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최근 바닥을 알 수 없는 경기 침체로 국내 산업 전 분야가 고통 받고 있는 시점에 마켓컬리의 거침없는 성장 행보는 두드러져 보인다. 15~16일까지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에 위치한 마켓컬리 복합물류창고와 새벽배송 체험을 통해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

● 쉴틈 없는 상품 분류에 흐르는 식은 땀


15일 오후 11시,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을 청할 시간대이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복합물류창고 주변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접수된 주문 4만여 건을 8시간 이내 배송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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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창고에는 전남 완도 전복, 경남 거제도 돌문어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수산물, 채소, 과일, 육류 등 신선식품들로 가득했다. 각 식품은 특성에 맞게 냉장, 냉동, 상온 창고에 채워져 있었다.


이 상품들은 전문가로 구성된 마켓컬리 상품위원회가 매주 선정한다. 종류는 100여 개 안팎이며 판매가는 시세를 감안해 매일 조정한다. 채택된 상품들은 후보상품 중 1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상품위원회의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당일 판매가 안 된 재고상품은 모두 폐기된다. 상품들은 매일 오후 2~3시경 송파 창고에 입고되고, 주문리스트에 맞춰 분류작업이 시작된다. 오후 7시부터는 포장과 배달지역 분류 작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다.


11시 30분, 지하 1층 냉장창고에 도착하자 추위가 느껴졌다. 유기농 채소 등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섭씨 4도로 온도가 맞춰진 탓이다.

“버섯 다섯 건, 파란색 불 들어온 바구니에 넣어주세요. 계란은 빨강 불이에요. 개수 꼭 확인하시고….”

직원의 꼼꼼한 상품 분류법 설명에도 현장에 투입된 기자의 손은 허둥대기 일쑤였다. 불이 들어왔는지 상품은 몇 개를 넣어야 하는지가 자꾸 헷갈렸다. 실수가 이어졌고, 수량을 잘못 챙긴 탓에 다시 작업을 하는 일도 반복됐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서늘한 냉장창고에 서 있는 기자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 서울과 인천, 수도권도 배송 가능

상품 분류가 끝나자 가정배달용 박스에 상품을 담는 패킹 과정이 이어졌다. 깨지기 쉬운 계란은 에어캡, 상하기 쉬운 어패류는 아이스팩으로 각각 포장된 뒤 배달박스에 담겨졌다. 여성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패킹한 상품은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져 배송지역 집하장으로 옮겨졌다.


이 상품들은 서울시내뿐만 아니라 인천과 경기 용인, 고양, 파주시로도 배달된다. 배송지별로 겉포장에 영어 대문자로 A부터 Z까지 표시가 되고, 지게차가 와서 지역배달 차량에 싣는 작업이 계속됐다.


시계가 자정을 넘어서자 배송 차량들이 시동을 켜기 시작했다. 이 차량들은 지역을 돌며 오전 1~7시까지 배송을 책임진다. 강재규 마켓컬리 배송 책임자는 “하루 약 300명이 분류 포장, 400~600명이 배송을 맡는다”며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차량 한 대당 최대 50건을 처리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눈 뜬 유통 공룡들이 잇따라 시장 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SSG(신세계),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GS리테일 등이 기존에 확보한 물류 인프라를 앞세워 새벽배송을 시작했고, 홈쇼핑업체들도 가세했다.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는 서비스 퀄리티 유지를 해법으로 내걸고, 최근 확보한 1350억 원의 투자금을 인력 및 인프라 확충에 투입할 예정이다.

● 강남 골목길에서 헤매다 새벽을 맞다

기자에게 할당된 곳은 창고에서 멀지 않은 강남이었다. 3년 째 배송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박진수 씨(32)와 손을 맞춰 강남구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 아파트와 빌라를 찾아가 제주 생수와 우유 등을 배달하는 일이다.

박 씨는 “오전 7시에 퇴근해 밤 9시에 출근한다. 밤에 일하고 낮에 잠자는 게 이젠 익숙해 졌다”며 “새벽시간은 도로가 막히지 않아 일하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밤낮을 거꾸로 지내는 생활이지만 낮 시간에 여가를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오전 1시 20분. 첫 배달지인 청담동의 한 아파트로 찾았다. 아파트 출입문이 잠겨있었지만 주문자가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스르르 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까지 올라가 문 앞에 상품을 놓고 바코드를 체크한 뒤 상품사진을 찍었다. 문 앞에 높인 전날 배송상품의 포장박스와 아이스팩 등을 챙겨 되돌아 나왔다. 여기까지가 새벽배송 담당자의 몫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삼성동 빌라촌.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돌아 한 빌라에 도착했다. 1층에 상가가 있는 복합건물이어서 1층 문이 열려 있었다. 박 씨는 “고객이 입구에 놓아달라고 요청해 그대로 두긴 하지만 (분실될까) 걱정이다”며 문 안쪽으로 상품을 놓은 뒤 문을 닫았다. 삼성동 일대 3,4곳을 더 들른 뒤 시계가 오전 3시를 가리킬 무렵 기자와 박 씨의 일은 끝이 났다.


마켓컬리는 최근 인기 배우 전지현 씨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됐다. 35~45세 소비자를 타깃으로 친숙한 여성 스타를 기용한 것이다. 전 씨는 실제로 마켓컬리 이용 회원인 게 인연이 돼 광고에 출연했다.

전날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집 앞에 해당 상품을 배달해주는 주는 새벽배송은 외식 대신 집밥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를 이용해 만들어진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다. 마켓컬리는 ‘내가 먹고 싶은 상품을 판다’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 성공시대를 열었다. 새로운 먹거리에 목말라 있는 국내 기업이나 창업 준비생들이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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