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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대표팀 라바리니 감독의 알려지지 않은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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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대표팀 라바리니 감독의 알려지지 않은 얘기들

김종건 기자 입력 2019-07-22 08:32수정 2019-07-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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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출전하는 ‘2020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E조 대회’를 앞두고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라바리니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2019년 8월 대한민국 여자배구에 가장 중요한 승리를 안겨줄 것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사람. 그는 다양한 보도를 통해 배구지도자로서 어떤 경력을 가졌고 우리 대표팀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는 자주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표팀 선수들과는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는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 그를 만났고 함께 지내온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인간 라바리니의 진짜 모습이 하나둘씩 알려지고 있다.

● 소주도 잘 마시고 진천대표팀 훈련장의 규격을 지적한 사람

신치용 국가대표팀 선수촌장이 최근 털어놓은 내용이다. 라바리니 감독이 여자대표팀을 맡아 진천선수촌에 처음 훈련을 시작했을 때 그와 만났고 했다. 그때 라바리니 감독은 신치용 촌장에게 배구훈련장의 규격을 언급했다.


“훈련장의 가로 폭이 조금 더 넓었더라면 2개 코트로 만들어 더욱 훈련이 효과적이고 남녀 팀이 동시에 훈련할 수도 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신치용 촌장은 “그렇게 훈련장을 만든 것을 배구인으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신 총장은 “우리 지도자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던 것을 외국인 감독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신 촌장은 최근 도쿄올림픽 예선을 위해 합숙훈련을 시작한 남녀대표팀의 코칭스태프를 따로 불러 저녁을 샀다. 선수촌 부근의 식당이었는데 라바리니 감독의 식성과 주량을 확인할 기회였다. 당초 와인을 마시겠다고 빼던 라바리니 감독은 “여기는 소주뿐이다”고 하자 소맥폭탄주를 시작으로 해서 소주를 마셨다. 음식도 따지지 않았고 고기도 잘 먹었다고 신 촌장은 기억했다. “마지막에는 모든 지도자들의 단합을 위해 큰 잔으로 소주를 여러 잔씩 돌려 마셨는데 라바리니 감독이 빼지 않고 잘 마시더라”고 했다. 그는 다음 날 신치용 촌장에게 회식에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다.

●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지만 훈련은 양보하지 않는 사람

그는 훈련을 많이 시킨다. 처음 대표팀을 맡은 뒤 우리 선수들의 체력을 보고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여자대표팀 선수들을 향한 냉정한 체력평가는 “한국축구의 문제점은 체력”이라고 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 사령탑 히딩크를 연상시켰다. 라바리니 감독의 지적에 따라 대표팀 선수들은 VNL시리즈 동안 강한 체력단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힘든 일정을 버텨야 했다. 강한 체력훈련의 강도를 견디지 못해 대표팀을 포기한 선수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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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피곤한 선수들은 가끔씩 힘든 체력단련은 물론이고 훈련일정도 적당히 조정해서 빼먹고 싶었지만 훈련만큼은 감독이 양보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대표팀 회식을 앞두고 훈련시간을 조정해달라고 선수들이 요청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차라리 회식을 안 했으면 안 했지 훈련은 빼줄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감독이 빡빡하게 굴면 선수들의 입에서는 불만이 소리가 나온다. 예전 국내감독들이 대표팀을 지휘할 때도 그랬다. 훈련의 강도가 높아지면 선수들의 입은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그래서 선수들과 타협하는 감독도 있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아니었다. 대신 훈련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편하게 해줬다. 선수가 감독의 머리를 만지는 등의 간혹 버릇없어 보이는 행동도 인정해줬다. 훈련하는 시간을 빼고는 선수들과 친구처럼 장난도 많이 치고 스킨십도 많이 하자 선수들은 불만대신 감독의 말을 잘 따른다. 이것이 토종감독과 외국인감독을 대하는 선수들의 생각과 자세가 달라서인지 아니면 라바리니 감독이 먼저 높은 벽을 걷어낸 소통의 덕분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 잔소리쟁이지만 디테일은 강한 사람

그는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훈련 때도 마찬가지다. 시작하기 전에 화이트보드에 그날의 훈련계획을 써놓고 일일이 설명한 뒤 진행한다. 훈련 도중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이 나오면 즉시 훈련을 끊고 지적한다. 동작의 문제점이 나오면 반복해서 시킨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얼차려를 시킨다고 오해할 만큼 집중적으로 반복한다.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주문도 많다. 그래서 이미 대표팀선수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이정철 감독”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선수들을 그냥 보내주지 않는다. 경기의 복기를 철저히 한다. 모든 선수들과의 개인면담을 통해 그날 무엇이 좋았고 어떤 것이 더 필요한지를 일일이 설명한다. 보령 VNL시리즈 마지막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이제 대회가 끝났으니 일찍 해산하고 집으로 가겠구나’라고 기대했지만 오산이었다. 라바라니 감독은 모든 선수들과의 긴 면담을 다 끝낸 뒤에야 휴가를 줬다. 이런저런 준비는 철저히 하고 디테일에 강하다.

8월 대륙간예선전을 앞두고 세르비아 전지훈련을 택한 것에서도 그의 디테일을 볼 수 있다. 그는 18일 미디어데이에서 “최고의 팀과 연습경기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세르비아를 택했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와 시차가 같다는 이유도 있고 세르비아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첫 경기 상대 캐나다와 아주 흡사하고 3차전 상대 러시아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또 새로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의 실전능력을 세르비아 전지훈련 때 확인할 생각”이라고 배경설명을 했다. VNL 때 세르비아 감독과 접촉해 3차례 연습경기의 일정을 잡았다고 코칭스태프는 귀띔했다. 이런 디테일을 보면서 10여년간 대표팀에서 많은 감독을 모셨던 김연경도 “뭔가 준비돼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 역대급 지원을 이끌어낸 복 받은 감독

물론 라바리니 감독과 팬, 매스미디어와의 좋은 관계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좋은 평가였지만 결국 감독은 결과로 말하는 자리다.

라바라니 감독은 잘 모르겠지만 그는 역대 대표팀 사령탑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대한배구협회가 이렇게 풍부한 코치진과 지원스태프, 꽉 채운 선수엔트리, 해외전지훈련 등을 지원해준 적이 없었다. 4년 전 올림픽최종예선전 때 추가비용 2000만원이 부담스럽다면서 14명 엔트리 대신 12명만으로 가라고 했던 협회였다. 그렇게 본다면 라바리니는 때를 잘 만난 복 받은 감독이다. 이제 복과 기대만큼의 결과를 보여줄 때가 멀지 않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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