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가면 다 돈이라서”…현관문 밖은 위험해!

  • 주간동아
  • 입력 2019년 7월 20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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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불황러’가 사는 법 ①
경기불황에 ‘집 안 소비’만 늘려가는 新방콕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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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생 오모(23) 씨는 주말마다 여자친구와 자취방에서 ‘넷플릭스 앤드 칠’(Netflix and Chill·집에서 함께 넷플릭스를 본다는 뜻의 신조어)을 한다. 편의점에서 치킨과 과자, 맥주를 사다 놓고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다.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나가면 다 돈이라서”라고 말했다.

“점심 먹고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저녁 먹은 뒤 헤어진다고 해보자. 점심 2만 원, 영화 티켓 2만4000원, 팝콘과 콜라를 사면 8500원, 커피 1만 원, 그리고 좀 좋은 데서 저녁을 먹으면 최소 4만 원을 각오해야 한다. 10만 원 넘게 깨진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공짜나 다름없고(월 9500~1만4500원), 편의점에서는 8000원만 써도 맛이 괜찮으면서 양도 푸짐한 닭다리를 살 수 있다. 맥주도 두 캔이면 충분하다.”

오씨는 밖으로 나가더라도 최대한 돈을 절약한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CGV와 이마트가 동시 입점해 있듯 멀티플렉스 영화관 근처에는 대형마트가 있기 마련. 그는 먼저 대형마트에 들러 50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팝콘과 콜라를 사서 영화관으로 간다(영화관에 외부 음식물을 반입하는 것은 냄새가 심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 여행을 떠날 때도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는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여러 개를 비교해가며 공실로 놔두느니 대폭 할인해주는 당일숙박 특가 상품을 찾는다. 그는 “아무리 성수기여도 이런 식으로 60~70%씩 할인해주는 숙박시설을 찾지 못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26주 적금’ 부어 블루투스 스피커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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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2시간 만에 주파하는 KTX 강릉선 개통으로 최근 강릉은 당일치기 관광객이 늘었다. [뉴시스]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2시간 만에 주파하는 KTX 강릉선 개통으로 최근 강릉은 당일치기 관광객이 늘었다. [뉴시스]

#2 맞벌이 주부 최모(40) 씨는 6월 남편, 아이들과 함께 강원 강릉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주말 이틀간 1박 2일 일정으로 가려던 것을 새벽기차를 타고 가 밤기차를 타고 되돌아오는 일정으로 바꿨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는 게 그의 소감이다.

최씨 가족은 오전 8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전 10시 강릉역에 도착해 강릉 중앙시장을 구경한 뒤 초당순두부마을에서 밥을 먹고,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 저녁 8시 KTX를 타고 곧장 서울로 돌아왔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넷이서 5만 원’(편도) 할인 이벤트 덕분에 4인 가족의 KTX 왕복 탑승료는 10만 원. 주유비에 고속도료 통행료까지 감안하면 차를 몰고 가는 것보다 오히려 더 저렴했다. 그는 “앞으로도 강원도 여행은 당일치기 기차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X를 타고 가니까 운전할 필요가 없고,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돼 만족스러웠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2시간 조금 넘게 결리기에 당일치기 일정이라 해도 여행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최소 15만 원을 각오해야 하는 4인 가족 숙박비를 아낄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숙박비를 절약하고 다음 날 출근하는 데도 부담이 없게끔 토요일 하루를 알차게 놀고, 일요일은 집에서 푹 쉬는 쪽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해야겠다.”

#3 직장인 이모(30·여) 씨는 “나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외출해 쓰는 돈은 최대한 절약하고, 그 대신 집에 좋은 가전기기나 디지털 제품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외출 시 씀씀이를 줄이는 대표 품목은 택시비와 영화관람비. 되도록 택시를 타지 않고, 부득이하게 택시를 타야 할 경우 SK텔레콤의 티맵택시를 호출해 T멤버십으로 10% 요금 할인을 받는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이 멤버십 프로그램 ‘스마일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영화관람권을 미리 구매해놨다 영화관에 갈 때 사용한다.
2030세대는 ‘나도 모르게’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을 추천한다. 지난해 6월 출시된 26주 적금은 누적 계좌 개설 수가 273만여 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2030세대는 ‘나도 모르게’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을 추천한다. 지난해 6월 출시된 26주 적금은 누적 계좌 개설 수가 273만여 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씨는 ‘나도 모르게’ 목돈을 마련하는 최고 비법으로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을 추천한다. 최초 적금액을 1000원으로 설정하면 매주 적금액이 1000원씩 늘어나 26주 후 만기 때 2% 안팎의 이자를 포함해 35만1000원을 찾을 수 있는 적금이다. 같은 기간 최초 적금액이 2000원이면 70만2000원, 3000원이면 105만3000원의 목돈이 모인다. 이씨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아이패드나 블루투스 스피커,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등을 산다”며 “집에서 편하게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를 시청하는 데 유용한 장비들”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쉬는 게 진정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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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방콕족이 등장하고 있다. 경기불황과 1인 가구 증가로 현관문 밖보다는 안에서의 생활을 중시하고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릴없이 ‘방바닥 긁던’ 1세대 방콕족과는 다르다. 이들에게는 집 안에서도 즐길 것과 누릴 것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정모(28·여) 씨는 “입사한 지 몇 달 안 돼 아직 여름휴가 계획이 없지만, 만일 사흘간 휴가가 주어진다면 신발 한 번 신지 않고도 즐겁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잠도 늘어지게 자고, 밀린 영화와 드라마를 실컷 보고, 인터넷 서핑과 쇼핑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씨는 “먹는 것은 음식배달 서비스로 해결하면 된다. 요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배달해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생활 방식의 변화는 각종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와 한양대 유통연구센터가 공동 기획·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들은 전년 동기 대비 전반적으로 씀씀이를 줄이는 가운데 집 안에서 쓰는 물품에 대한 지출은 오히려 늘렸다(표 참조). 최근 한 달 내 구입한 적이 있는 상품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결과 의류·잡화(-3.1%p). 스포츠·레저·자동차용품(-2.3%p), 뷰티용품(-2.1%p) 등 외출 및 야외활동 관련 상품이 크게 줄었다. 반면 건강식품(0.6%p)과 가전·디지털기기(0.9%p)의 구매는 증가했다.

소비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경식 컨슈머인사이트 책임연구위원은 “매주 표본 추출한 전국 500명에게 지난 한 달간 평소 소비 지출 비용이 늘었는지를 묻고 있는데, 2018년 2분기부터 ‘소비 지출을 줄였고, 향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는 응답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향후 소비 지출이 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0.2%로 전년 동기(18.7%) 대비 1.5%p 증가했다. 특히 50대 이상 남성의 24%가 ‘적어질 것’이라고 응답해 소비 지출 억제 의향을 가장 강하게 드러냈다. 정 책임연구위원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비교하자면 올해 1분기 소비 지출을 줄였다는 응답이 직장인 15%, 자영업자 20%로 적잖은 차이가 난다”며 “자영업자가 직장인에 비해 경기불황에 더 노출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장난감 조립하고 팥빙수 만들어 먹고
최근 홈족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상품들. 중소기업 파세코의 실외기 설치가 필요 없는 창문형 에어컨, 이마트가 1인 가구를 겨냥해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한 ‘일렉트로맨 혼족 가전’ 시리즈,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팥빙수 제조기와 LED마스크(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 제공 · 파세코,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사진 제공 · 옥션]
최근 홈족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상품들. 중소기업 파세코의 실외기 설치가 필요 없는 창문형 에어컨, 이마트가 1인 가구를 겨냥해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한 ‘일렉트로맨 혼족 가전’ 시리즈,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팥빙수 제조기와 LED마스크(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 제공 · 파세코,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사진 제공 · 옥션]

쓸 수 있는 돈이 적어졌지만, 그렇다고 집 안에 머무는 것이 곧 스스로를 유폐(幽閉)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성인남녀의 58.6%가 자신을 집에서 영화 감상, 운동 등의 취미 및 여가 활동을 즐기는 ‘홈족(Home族)’이라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지출을 줄이려는 목적(49.4%)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집에서 쉬는 것이 진정한 휴식(61.1%)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사고관은 젊은 세대일수록 두드러진다. ‘홈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20대 82.4%, 30대 79.7%인 반면, 40대 이상은 50% 미만에 머물렀다. 집에서 소비하며 쉬는 젊은 층의 생활방식이 경기불황기에 더욱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집에서 뭘 할까.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동영상 시청이다. 국내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대표 주자인 ‘옥수수’와 ‘푹’은 각각 946만, 4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최근 1년 사이 유료 이용자 수가 3배 늘었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국내 개인 신용 및 체크카드 결제 형태를 표본조사해 추정한 바에 따르면 넷플릭스 유료 이용자 규모가 지난해 6월 63만 명에서 올해 6월 184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음식은 식재료든 조리된 것이든 배달시켜 먹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심화되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신용·체크·선불카드 결제액은 200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는데, 그 주요인으로는 △편의성 및 배달앱 이용 증가로 온라인을 통한 구매 증가 △미세먼지로 인한 관련 가전제품 및 물품 구매 증가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조31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조3176억 원) 대비 17.3% 늘었고, 가전제품 판매액은 지난해 1분기 5조5047억 원에서 올해 1분기 5조9848억 원으로 8.7% 증가했다. 집 안에서 쓰는 물건 및 음식 위주로 소비가 이뤄진 것이다.

신방콕족은 집 안에서 장난감을 조립하고 만화책을 보며 팥빙수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옥션 집계에 따르면 방콕족의 홈캉스(집에서 즐기는 바캉스) 관련 상품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그래프1 참조).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나 개선문, 독일 전투기, 네덜란드 풍차 같은 것을 조립하는 키트 등이 포함된 페이퍼토이는 350%, 전문 숍에 가지 않고 집에서 피부 관리를 하려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LED마스크는 307%, 거북목 등에 효과 있다는 기능성 베개는 110%나 판매량이 늘어났다. 카드게임, 만화책, 두피 마사지기, DIY(do it yourself) 조리기구 및 공예 제품 등도 판매량이 증가 추세에 있다. 옥션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집에서 혼자 즐기거나 건강을 챙기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집 밖으로 좀체 나오지 않으려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마케팅도 활성화 추세다. 이마트는 ‘가성비’와 편리한 집 안 생활을 중시하는 1인 가구를 바라보고 지난해 6월부터 1만~3만 원짜리 ‘일렉트로맨 혼족 가전’을 시리즈로 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라면 전기포트, 에어프라이어, 1구짜리 전기레인지, 소형 냉장고(46·79·124ℓ) 등을 판매대에 내놓았다. 최근에는 전기에 연결할 필요 없이 여과 필터로 수돗물을 정수하는 미니 정수기를 출시했다. 이 시리즈 제품들은 월 3000개가량 판매될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

올여름 최고 히트작으로는 중소기업 파세코의 ‘창문형 에어컨’이 꼽힌다. 실외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고 가격도 저렴해 이사가 잦은 1인 가구가 선호한다.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에서 연속 매진을 기록하자, 하이마트가 전국 40개 점포에 이 제품 판매를 개시했을 정도다. LG전자가 태국에서 생산해 미국시장에 판매하는 창문형 에어컨을 해외직구로 들여와 변압기를 달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연간 250만 대 규모의 에어컨시장에서 대세라고 보긴 아직 어려워 국내에서 정식 출시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이 불안한 탓인지 올여름 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국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지난해 55.2%에서 올해 48.2%로 7%p 줄었다. 여름휴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여행비용 부족’을 꼽은 비율은 12.1%에서 24.7%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잡코리아는 매해 6월 회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을 묻는데, 여기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난다.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2016년 80.7%, 2017년 78.4%, 2018년 75.1%에서 올해 52.6%로 크게 떨어졌다.

관광업계의 敵 ‘스테이케이션’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여름휴가 때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매해 늘고 있다(그래프2 참조). 성수기 인파로 기분 좋은 여행을 기대하기 힘들고(54.4%), 비수기 때 가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45.7%) 때문이다. 사람들은 휴가 때 어디를 가지 않는다고 부끄러운 게 아니라(93.6%),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하루도 최고의 휴식이 될 수 있으며(88%),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나만의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91.7%)고 생각한다.

직장인 정모(32) 씨의 여름휴가 여행 계획은 친구 몇몇과 강원 양양으로 서핑을 다녀오는 게 전부다. 각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오전 6시 서울을 출발해 오후 8시 서울에 도착하는 당일 버스여행 상품을 판다. 왕복 버스비가 2만 원 안팎에 탑승 장소가 집과 가까운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 부근이고, 서핑할 수 있는 해수욕장에 내려주기 때문에 시외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남은 휴가는 집에서 예능프로그램과 영화를 보고, 카페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그는 “성수기 때 여행 가느라 돈 쓰는 게 아깝고, 차라리 그 돈으로 최신식 노트북컴퓨터를 마련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절약 정신 투철하고 금방 집으로 돌아가려는 관광객들이 아쉽다. 강릉시청 관광과 관계자는 “제2영동고속도로와 강릉선 KTX 개통으로 관광객이 늘었지만, 당일여행객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들을 하루 이틀 더 여행지에서 머물게 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전했다. 강릉시는 비수기로 접어드는 8월 17일 경포호수공원에서 반려견과 함께 달리는 개라톤(강아지와 마라톤의 합성어) 축제 ‘썸머댕댕런’을 개최하는데, 축제 시간을 저녁 7~9시로 잡았다. 축제 참가자들이 하룻밤 자고 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홈족은 밀레니얼 세대? “전 세대로 확산될 것”
관광객의 숙박을 유도하고자 강릉시는 ‘썸머댕댕런’ 축제 시간을 토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로 잡았다(왼쪽).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이 ‘스테케이션’ 족들을 위해 마련한 여름휴가철 프로그램 ‘일주일만 엽니다’. [사진 제공 · 강릉시, 사진 제공 · 디뮤지엄]
관광객의 숙박을 유도하고자 강릉시는 ‘썸머댕댕런’ 축제 시간을 토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로 잡았다(왼쪽).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이 ‘스테케이션’ 족들을 위해 마련한 여름휴가철 프로그램 ‘일주일만 엽니다’. [사진 제공 · 강릉시, 사진 제공 · 디뮤지엄]

현재 일러스트레이션 전시를 열고 있는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은 7월 23일부터 28일까지 미술관에서 다양한 그림과 만화책을 보고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일주일만 엽니다 : 그림/만화 책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집에서 조용히 휴가를 보내려는 ‘스테이케이션’(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 기조에 대응하려는 마케팅이다.

전체적으로 소비를 줄이지만 집 안 소비는 유지하거나 늘어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경기판단지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6월 97.5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경제를 바라보는 소비자 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6개월 뒤 소비 지출을 현재보다 줄이겠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 지수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한양대 유통연구센터장)는 “집 밖 소비는 줄어드는데 집 안 소비가 느는 현상은 경기침체, 1인 가구 증가, 모바일 기술·서비스 발전, 사회경제적 불안감 확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러한 추세는 한국 경제가 크게 좋아지지 않는 이상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유진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성장 기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주52시간 근무 확대로 초과·야근 수당이 감소해 가계 수입이 줄면서 가성비 있는 여가 활동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40대 이상도 새로운 기술·서비스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자녀 교육비 등 지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집 안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흐름이 밀레니얼 세대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98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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