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협정 재검토 카드 꺼낸 靑의 속내는…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9일 13시 35분


코멘트

한일군사협정 재검토…국방부 "종합적으로 고려"
"효용성·안보 협력 고려하지만 기본 입장은 유지"
"日 안보현안 직접 건들면 재검토 배제할 수 없어"
정보협정, 광복 이후 한일 양국 맺은 첫 군사협정
北 핵 등 위협 대응 위해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
매년 8월 기한 갱신 여부 결정…올해는 8월2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일간 경제갈등이 군사 문제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협정 만기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GSOMIA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카드로 사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군 고위 관계자는 19일 GSOMIA와 관련 “한일 군사보호협정의 효용성, 안보협력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협정 유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과 대북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황이 있을 경우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정보 사안’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나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GSOMIA에 대한 청와대 측의 입장 표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 실장의 말을 인용해 “지금은 유지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GSOMIA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에서 대한민국을 배제할 경우에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공감이 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당사자들이 직접적으로 크게 언급하진 않았으나 이 문제가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GSOMIA 재검토 언급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카드가 다양하다는 시그널로 보여진다. 동시에 북핵에 대비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핵심인 GSOMIA 폐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미국이 일본을 설득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우회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심 대표도 “(GSOMIA 파기는) 일본에서 먼저 도발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명분이 있고 한미일 안보 공조와 동북아 안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는데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심 대표의 발언 뒤 “정 실장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유지 입장이며, 다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해볼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GSOMIA와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연계돼 있지 않다”면서 “기본 입장은 (GSOMIA) 유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7월 말 또는 8월 초 일본이 안보상 우호국가로 우대하는 화이트국가(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추가보복에 나설 경우, GSOMIA 수정 및 폐기 문제가 표면화될 수는 있지만 당분간 GSOMIA를 “유지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고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 노력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미국은 양국 국방 관계의 성숙도를 보여주며 한미일 3국간 조정능력을 개선하는 GSOMIA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일본이 미국이 중시하는 역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깨면서까지 무리하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무리하게 안보 현안을 건드릴 경우 미국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일본이 경제 및 정치 문제를 통해 안보 현안을 우회적으로 자극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직접적으로 안보 카드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안보 현안을 건드려서 상황을 복잡하게 전개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GSOMIA를 건드릴 단계는 아니다. 그것은 지금과는 다른 수준의 문제”라며 “당장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에서도 재검토 지시가 별도로 내려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상황의 엄중함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면서, 일본이 직접 안보 카드를 꺼내 들 경우 GSOMIA 유지 입장에 변곡점이 생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본이 먼저 ‘한국과 안보 협력 필요 없다’고 나오거나 ‘GSOMIA가 무슨 의미냐’고 나올 경우 연장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GSOMIA가 북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안인 만큼, 남북·북미 대화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더 필요로 하는 사안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가 일본의 추가적인 경제보복에 대해 재검토를 할 명분과 여력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초계기 갈등도 겨우 일단락한 일본이 직접 안보 현안을 직접 들고나올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며 “GSOMIA 문제를 우리가 먼저 건드리면 사안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전했다.

GSOMIA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간 2급 이하 군사비밀을 미국을 거치지 않고 공유토록 한 협정이다.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첫 군사협정으로 박근혜 정부가 북핵 위협이 고조되던 2016년 11월23일 체결했다.

양국은 매년 8월을 기한으로 협상을 통해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년여 간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안보 상황을 고려해 갱신이 이뤄졌다. 만약 어느 한쪽이 파기를 원하면 만기 90일 전에 상대에게 통보해야한다. 올해는 8월24일이 만기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