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보보호협정 카드까지 꺼낸 靑… ‘한일 갈등 관여’ 美도 겨냥한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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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5당 대표 회동]심상정 “협정 폐기할 필요
그래야 美가 적극 개입할 것”… 靑 “정의용 원론적 입장 발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 “상황에 따라서는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손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협정은 미국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체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보고 있는 만큼 워싱턴을 향해 일본 정부를 더 강하게 설득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회동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단축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할 경우 협정을 폐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미국이 적극 개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지금은 유지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 실장은 한일 관계를 포함한 현재의 안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날 회동에 배석했다.

청와대가 처음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언급한 것은 심 대표 말대로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염두에 둔 카드라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정부 당국자에게 “한일 갈등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중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포석인 셈이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곧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언급한 것은 결국 백악관을 향해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나서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군사정보보호협정 카드를 내비친 것은 외교적 논의가 가시화되기까지 장기전가능성이 있는 만큼 다양한 대응책이 있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줬다는 분석도 있다. 회동이 열린 이날은 일본이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답변 요구 시한이었다.

다만 청와대는 실제로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이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과도 직결되어 있는 만큼 자칫 한미 동맹의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다 각 당 대표들을 통해 정 실장의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정 실장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유지 입장이며, 다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 기자

#대통령 여야 회동#군사정보보호협정#한일 갈등.정의당#심상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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