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家 상징’ 청운동 자택, 손자 정의선 부회장 품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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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주영 명예회장 살던 집… 가족 불러 아침밥 먹고 출근 유명
鄭부회장 가업승계 상징적 의미… 현대車, 고택에 기념관 꾸미거나
외부인사 초청장소 활용 등 추진

최근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
최근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이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소유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청운동 자택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18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2001년 정 명예회장에게서 청운동 자택을 상속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3월 14일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청운동 자택(건물과 토지 포함)을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1962년 7월에 지어진 청운동 자택의 건물 면적은 지상 1층이 169.95m²(약 51평), 2층이 147.54m²(약 45평)로 공시지가 기준 33억 원 정도로 평가된다.

청운동 자택은 정 명예회장이 2000년 3월까지 38년 동안 살았던 집으로 현대가의 상징적인 장소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청운동 자택의 소유자가 됐다는 것은 현대가의 역사와 가문을 이어받는 인물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에게로 증여가 확정된 시점도 의미가 있다. 등기부등본상 소유권 이전이 확정된 3월 19일은 올해 현대차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기 3일 전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현대차 주총에서 현대차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같은 날 대표이사가 됐다. 현대차그룹에 공식적으로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다. 정 수석부회장이 가업을 승계한 시기에 가문을 상징하는 창업주의 집도 승계한 셈이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매일 오전 5시면 청운동 자택 주변에 사는 자식들을 집으로 불러 모았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침은 함께 먹는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아침을 먹은 뒤 정 명예회장은 자녀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으로 출근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앞줄 왼쪽) 등 손주들과 함께 있는 정주영 명예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앞줄 왼쪽) 등 손주들과 함께 있는 정주영 명예회장.
2000년 3월 정몽구 회장에게 청운동 자택을 물려준 정 명예회장은 인근의 종로구 가회동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이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시 청운동 자택으로 돌아와 생활했다. 그만큼 청운동 자택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애정은 깊었다.

그는 생전에 “우리 집은 청운동 인왕산 아래에 있는데 산골 물 흐르는 소리와 산기슭을 훑으며 오르내리는 바람 소리가 좋은 터”라며 집 자랑을 자주 했다고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가족들은 빈소를 병원이 아닌 청운동 자택에 마련했다. 정 명예회장의 제사는 2015년까지 매년 3월 20일 청운동 자택에서 지내왔다. 2016년부터는 장남인 정몽구 회장이 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지낸다.

정 명예회장은 정 수석부회장을 각별히 아껴 어릴 때 청운동 자택에서 살게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1995년 결혼을 한 뒤에도 청운동에서 정 명예회장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곤 했다. 청운동 자택을 정몽구 회장에게 물려준 것도 정 수석부회장에게 집이 돌아갈 것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 당시 재계의 설명이었다.

현대차는 최근 청운동 자택을 활용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현대차 안팎에서는 청운동 자택을 ‘정주영 기념관’이나 그룹 수뇌부들의 회동 장소 등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계속 나왔다. 정 명예회장이 잠시 거주했던 가회동 자택을 다시 매입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처럼 외부 인사들을 초청하는 장소로 청운동 자택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김재혁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4학년

#현대그룹#정의선 상속#정주영 회장#청운동 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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