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교적 해결” 외면한 日, ‘세계질서 약화’ 비판 안 들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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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라”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어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안전보장을 위해 수출 관리 운용을 수정한 것으로, 대항 조치가 아니다, (문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문을 연 ‘외교적 해결’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고노 다로 외상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자산을 매각해 피해가 발생하면 보복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피해자들은 회사 측에 제시한 협의 기한(15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하자 압류해둔 회사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가운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제 일본 측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요구해온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 한국이 18일까지 중재위 회부에 응하지 않으면 전략물자 수출우대국 목록(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일 갈등이 ‘강 대 강’의 대결코스를 밟아갈 가능성이 커진 우려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특히 일본은 전략물자 유출 의혹을 제기하다 근거를 대지 못해 궁지에 몰렸음에도 경제 보복을 안보로 포장하는 논리를 계속 강변하는 등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그런 태도는 세계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무역 분쟁이 통제 불가능한 선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랫동안 구축해온 세계 질서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한일 분쟁은 국가 안보를 노골적으로 남용해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로 세계 무역 체계가 직면한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해 수십 년간 이어진 노력 및 성과가 무위로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동아시아 자유무역 질서는 한국과 일본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수십 년간 함께 일궈온 자산이며 번영의 공동 토대였다. 그런 자산을 이렇듯 감정적으로 팽개쳐선 안 된다. 일본 정부는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을 즉각 접어야 한다. 그리고 한일 모두 외교적 해결의 장을 열 수 있는 접점을 찾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일본 수출 규제#고노 다로#미쓰비시#강제징용 배상 판결#한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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