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룡들 이종산업 M&A 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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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테크]데이터 패권 겨냥 관련기업 눈독
인텔, 네트워크 장비업체 품어… 엔비디아는 솔루션업체 인수 진행
브로드컴, 보안강자 시만텍에 군침

통신용 반도체 칩세트 제조사인 브로드컴이 정보보안 회사 시만텍 인수합병(M&A)을 시도하다 협상이 중단됐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인수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로 협상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도체 회사가 전혀 다른 업종인 정보보안 회사를 인수하려는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브로드컴은 지난해에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CA테크놀로지를 189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반도체 공룡’들의 이종산업 M&A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지난달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크 장비 업체 베어풋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래픽 처리용 칩세트(GPU) 분야의 최강자인 엔비디아도 네트워킹 솔루션 업체인 이스라엘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올해 초 발표했다. 서버용과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자일링스는 비디오 인코딩(정보의 형태를 변환하는 것) 솔루션 전문 기업 엔지코덱을 인수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기업 인수에 나선 이유는 ‘데이터’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나빈 셰노이 인텔 데이터센터 그룹총괄은 베어풋을 인수하는 이유에 대해 “인텔은 반도체를 기반으로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의 처리, 저장과 분석을 위해 데이터센터 간 상호 연결이 필요하고, 베어풋은 그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인수하려는 멜라녹스 역시 데이터센터의 방대한 데이터를 지연 없이 흐를 수 있게 하는 핵심 솔루션을 만든다.

협상 중단으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지만 브로드컴과 시만텍의 M&A도 마찬가지다. 칩세트를 통해 처리되는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보안 위협도 비례해 증가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에 보안 솔루션을 탑재해 제공하고, 나아가서는 막강한 영업력을 이용해 보안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일링스의 엔지코덱 인수는 빠르게 늘어나는 영상 데이터 처리와 관련이 있다. 자일링스의 전문 분야인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는 용도에 따라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로, 자율주행차 등의 핵심 부품으로 쓰일 예정이다. 여기에 엔지코덱의 비디오 인코딩 기술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반도체 기업#이종산업 m&a#인텔#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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