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다리다 지쳐 계약취소 2만대… 노조 이기주의에 막힌 증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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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주문해 놓고 출고를 기다리다 못해 취소한 고객이 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현재 국내 3만5000여 대, 미국 3만여 대의 주문량이 밀려 있는데 지금 주문하면 1년 가까이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상태다.

이럴 때 회사 입장에서는 가동할 수 있는 설비, 인력, 협력업체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해 주문량을 소화하기를 바라지만 노조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노조 전체도 아니고 2공장, 4공장 근로자끼리 특근수당을 받을 수 있는 일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갈등을 빚어 증산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증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은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조정하려면 노조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규정 때문이다. 예컨대 해외시장에서 특정 모델에 대한 주문이 밀려 국내 공장의 기존 설비로 감당할 수 없다면 해외 공장 증설을 해야 하는데 노조의 동의를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올 초 노조는 자신들이 발목을 잡아서가 아니라 회사 측이 부품 수급 생산계획을 제대로 못 세워 증산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 취향이 급변하는 시대에 주문량을 미리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현재는 부품 수급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예상보다 더 주문이 밀려들면 노사가 힘을 모아 즉각 생산 물량을 늘려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게 상식이다. 미국 GM, 일본 도요타 등에서는 특정 모델의 증산 여부를 놓고 노조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는다.

현대차는 수많은 협력업체, 판매 유통망,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나라 경제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말 시장에 내놓은 팰리세이드 모델로 반전의 기대를 모았는데, 더 만들지 못해 못 팔고 있는 현실이 우리 노사관계의 낙후된 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대자동차#팰리세이드#노조#단체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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